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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5월 13일] 신종플루와 중국의 신속대응

지난 10일 밤 10시30분께 베이징에서 50대의 흰색 ‘120구급차’에 긴급 동원령이 내려졌다. 30분 만에 모인 구급차들은 다음날 9시30분까지 시내 전역을 누비며 143명의 신병을 확보해 중국정부가 지정한 병원과 공항 인근 호텔 등에 격리시켰다. 이들 143명은 미국에서 일본을 거쳐 베이징에 들어온 중국의 첫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 환자 바오(包)씨와 여객기를 함께 탄 사람들이다. 외국인이 75명이나 포함된 이들은 물을 것도 따질 것도 없이 졸지에 중국 당국에 의해 갇히는 신세가 됐다. 흡사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였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11일 새벽. 그러니까 중국 위생당국은 신종플루에 대한 의심만으로 이처럼 강력한 행동에 나선 것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신종플루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신속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 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전격 금지했다. 신종플루의 전염이 돼지고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과학적 소견이 널리 알려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내려진 이 조치에 대해 미국은 강력하게 반발했으나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더니 오히려 며칠 뒤에는 캐나다산 돼지고기까지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인의 인신까지 무차별하게 격리시키는 중국의 행위는 외교적 마찰까지 빚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 홍콩에서 멕시코인 신종플루 감염자가 확인되자 멕시코 국적자 다수를 격리했다가 멕시코 정부로부터 “아무런 증세가 없는 멕시코 인을 왜 격리하느냐”는 강력한 항의를 받았고 얼마 전에는 중국에 들어온 캐나다인을 호텔에 격리시켰다가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신종플루에 대한 강경 대응 태세를 흔들림 없이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경험한 중국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며 중국인들 다수는 이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은 두렵기만 하다. 언제든 신종플루 의심에 대한 중국 방역당국의 판단만 내려지면 외국인도 예외 없이 낯모르는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낯선 곳에 갇히는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11일 현 상황을 신종플루 대응 체계상 ‘1단계의 초보단계’로 규정하고 이에 상응한 교민보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합리적인 기준에서 나온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신종플루 방역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외국인에게 취하는 이런저런 조치를 바라보고 있는 중국 내 70여만명의 한국 교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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