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들어 미국 재무부 채권(TB)을 무서운 기세로 빨아들이던 중국이 올해는 순매도국으로 전환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해 미 재무부 채권을 보유하면 할수록 손해인데다 보유외환 다변화 전략과 위안화 절상 문제를 둘러싼 미ㆍ중 간의 미묘한 갈등 등이 미 국채를 팔아치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신 중국은 국부 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와 국책은행을 동원, 월스트리트 소재 금융기관들의 지분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미 국채 매수를 통한 단순 수익 창출보다는 세계 금융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새로운 외환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월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중국이 3월 이후 미 국채 순매도로 돌아서 올 들어 10월까지 41억달러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중국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미 국채 순매도국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미 국채 매수국으로 달러 약세가 장기화하자 지난해부터 미 국채 매입비중을 줄이더니 올 들어 꾸준히 미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3월 4,211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후 10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중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3,881억달러로 지난해 3,938억달러보다 소폭 감소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 감소 역시 올해가 처음이다. 중국은 지난 5년 동안 무려 3,075억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매수, 재정ㆍ무역 적자로 허덕이는 미국의 최대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중국의 미 국채 매수는 연도별로 ▦2002년 341억달러 ▦2003년 479억달러 ▦2004년 774억달러 ▦2005년 849억달러로 해마다 크게 늘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632억달러로 연간 매입규모가 처음으로 줄었다. 월가 전문가들은 특히 올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으로 월가 금융기관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앞다투어 매수하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국채 매도에 나선 것은 달러자산 비중 축소가 확실한 추세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지난달 개최된 미ㆍ중 경제전략대회를 앞두고 고조됐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 등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대한 맞불 대응 차원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이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해올 때마다 미 국채를 투매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차이나머니는 대신 월가의 심장부를 향하고 있다. CIC는 18일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로 올 4ㆍ4분기에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한 모건스탠리의 지분 9.9%를 50억달러에 인수했고 중국개발은행은 영국계 바클레이스에 29억8,000달러를 투자했다. 앞서 CIC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도 30억달러를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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