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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암 유전보다 환경 탓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들의 반란(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아카이브 펴냄)<br>화학 폐기물 급증하면서 발병 늘어<br>친환경 기술·녹색 화학 활용이 대안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것들, 즉 폐기물로 인해 물, 공기, 흙 나아가 음식까지 오염되고 결국 이들이 발암물질로 우리들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제공=아카이브



생태학자인 저자는 스무 살에 암에 걸렸다. 젊다 못해 어린 나이였다. 저자의 다른 가족들도 암 환자가 많았다는 얘기까지 들려주면 상당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암과 가족력의 관계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입양아였다. 식구들과의 유전적 공통점은 없다는 얘기다.

30년 전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 저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암 발생에서 유전적인 영향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함께 '암과 환경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 파고들었다. 따지고 보면 가족이란 염색체를 공유하는 집단이기도 하지만 환경을 공유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2009년, 미국에서만 약 148만 명이 암 진단을 받았다. 하루 4,000명 꼴이다. 이 중에는 어린이 소아암 환자들도 포함돼 있다. 1973~2000년에 소아암은 22% 증가했으나 사망률은 45% 감소했다.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구했으나 그로 인한 경제적ㆍ사회적ㆍ심리적 대가는 고스란히 모두가 짊어지고 있다고 저자는 얘기를 꺼낸다.

아이들이 암에 걸린 원인이 위험한 생활습관 탓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린아이들은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스트레스를 주는 직장에 다니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많이 숨쉬고 먹고 마시기 때문에 공기, 음식, 물 속에 있는 화학물질을 더 많이 흡수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은 어른과 비교했을 때 몸무게 대비 2.5배 더 많은 물을 마시고, 3~4배 더 많은 음식을 먹고, 2배 더 많은 공기를 들이쉰다.

아이들 만이 희생양은 아니다. 20~30대 남성들이 종종 걸리는 고환암은 지난 50년 동안 꾸준히 발병률이 증가했고 최근 10년 동안에는 23%나 급증했다. 발암요인 중 유일하게 예방이 가능한 '흡연'이 있지만 대부분의 암을 역추적 한다고 해서 그 원인으로 흡연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 모든 현상의 원인으로 '환경문제'에 집중한다. 엄밀하게는 유전자, 생활방식, 환경 등 암을 일으키는 복합적인 요인들 가운데 '환경'의 비중을 결코 소홀히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만들어 사용하고 버린 것들, 즉 폐기물에 주목해야 한다. 1945년 무렵 등장한 석유화학물질은 급속도로 사용이 확산돼 1976년에는 6만2,000종의 합성화학물질이 사용됐다. 심각한 사실은 이들 중 몇 개가 발암물질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중 철저한 독성 검사를 거친 것은 단 2%뿐이었다는 것, 즉 그 물질이 해롭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 심각성을 가중시킨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독성물질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모든 화학물질 중 5~10% 미만이 발암물질이라고 추정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4,000~8,000종에 달한다. 국제 독물학(毒物學) 프로그램에서 발암물질로 판명된 300~400 종의 화학물질 수를 빼도 우리 주변을 맴도는 '판명되지 않은' 화학물질의 수는 엄청나다.

그간 몰랐던 흙ㆍ물ㆍ공기ㆍ음식 속 발암물질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저자이지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저자 자신이 암을 극복했으며 환경에 대한 발암요인 인식이 증가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보는 동시에 친환경 기술과 녹색 화학의 활용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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