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 중 하나인 '문화 융성'은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를 누리고, 문화로 소통하며, 문화를 매개로 차이를 줄이는 사회 통합의 중요한 키워드라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 문화계는 진전된 변화상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케이블채널 tvN의 '꽃보다 할배'의 뜨거운 인기를 통해 20대 젊은이와 70대 할아버지가 세대 차이를 넘어 소통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일깨웠다. 1990년대 문화 코드와 로맨스를 버무린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비롯해 당시 유행했던 가요나 영화가 다시금 조명을 받으며 40대의 감수성에 젊은 세대 역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사회 현실을 반영한 작품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면서 흥행의 키워드로 등극하기도 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영화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등 양극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대거 선보이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줬다.
벤처업체의 초기 자금조달을 위한 아이디어로 각광받았던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 올해 문화계에서도 확산됐다. 크라우드 펀딩은 말 그대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것으로, 참신하고 유망하지만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은 기획(프로젝트) 또는 아이템이 주요 대상이다. 말 그대로 '십시일반(十匙一飯·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밥을 보탠다)'이다.
출판계의 대표적인 경우가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스페셜 북펀드'다. 알라딘이 미리 원고를 검토해 도서를 선정하고 독자들에게 1인당 최대 5만원까지 모금해, 현재까지 총 80여건 1억7,000여만원을 모금했다. 장르도서 전문출판사인 북스피어나 도모북스, 다이피아 등 중소 출판사들도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펀딩 과정에서 독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고, 소액이나마 출판비용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가요계에서는 올해 8월 1세대 아이돌그룹 젝스키스 멤버 김재덕과 그룹 제이워크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총 339명으로부터 2,687만원을 모았다. 이 외에도 김형중, 더원(본명 정순원), 슈퍼스타K 2 출신 김지수 등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500만∼1,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팬들로부터 투자받았다. 지난 10월에는 13년차 인디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한정판 LP앨범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소액으로 투자에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도왔다는 뿌듯함이, 아티스트에게는 창작비용 부담 감소라는 측면에서 '윈윈'이다.
영화계에서도 '26년'이 총 1만5,000명에게서 7억여원을 모금했고, '또 하나의 가족'도 같은 방식으로 지난달 모금에 나섰다. '사도' '내 마음의 고향' '향' 등은 크라우드펀딩회사 유캔펀딩을 통해 지원받았다. 또 거창 양민학살사건을 다룬 영화 '청야'도 이달 개봉을 앞두고 크라우드펀딩에 나섰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헌정영화 '수요일'(가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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