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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반합의 새해를

이규진 기자<사회부>

민족시인 이육사는 그의 시 ‘광야’에서 태초 하늘이 열리고 닭이 울었다고 적었다. 우연이겠지만 일제통치가 끝나고 한민족의 새 아침이 열린 지난 45년은 바로 을유년(乙酉年)이었다. 육십갑자가 한바퀴 돈 뒤 다시 을유년이 왔다. 2005년의 신새벽을 가른 닭 울음소리는 우리에게 어떤 새로움을 예시했을까. 60년 전 해방을 맞은 우리 선조들은 가슴 벅찬 그날 아침 압제와 수탈이 없는 인간다운 삶을 꿈꿨을 것이다. 고도성장에만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2004년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의 한해였다. 내수불황이 극에 달했고 실업자는 늘어만 갔다. DJ 정부의 잘못된 카드정책 탓에 수백만명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이중 일부는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는 처절한 운명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경쟁국들과 해외자본은 한국의 내우를 틈타 거칠게 국내 산업과 기업을 공략했다. 대외개방 압력은 계속 높아졌고 다국적 투기자본은 ‘쓰나미’처럼 휩쓸며 단물을 뽑아갔다. 문자 그대로 민생의 삶이 도탄에 빠졌지만 위정자들은 싸움질에 바빴다. 갈등통합의 용광로가 돼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사회갈등의 가속로였을 뿐이다. 진보와 수구 양 진영이 사생결단의 이전투구에만 ‘올인’하는 동안 민생경제는 더욱 나락으로 떠밀렸다. 대통령 탄핵, 신행정수도 논란에서 보듯 사회분열의 골도 깊어졌다. 아버지와 아들이 개혁과 보수로 맞서고 충청과 수도권이 반목하는 제2의 지역감정마저 생겨났다. 2004년은 지독한 대립과 혼란의 한해였다. 새 아침의 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우린 지난밤의 고난 속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서로 다름을 강조하기보다 같음을 찾아 상생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빈민ㆍ서민들을 위해 경제가 살아나도록 여야ㆍ보혁을 막론하고 온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은 역사 발전을 ‘정반합’의 변증법적 운동으로 봤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끊임없는 모순의 생성과 지양을 통해 변화 발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이 싸웠다. 신물이 나도록 갈등을 겪었다. 이제는 정립과 반정립의 모순을 넘어 새로운 종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로에게서 장점을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 새로운 진보와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혹독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끄는 대타협의 예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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