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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혈세로 부정관료 배불려서야

"현행 제도로는 불법 등을 저지른 공직자가 회사를 만들어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입찰 사업에 참여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최근 사석에서 한 하소연이다. 그가 속한 부처는 수천억원대 전산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해당 사업 입찰수주가 유력한 한 대기업 컨소시엄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는 삼성그룹 계열사인데 이 업체가 사업에 공동 참여시킨 협력업체 중 두 곳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정이 밝혀진 것이다. 문제의 업체 두 곳은 각각 과거 정부 부처에서 업무 등의 잘못으로 물러난 인사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 혈세로 추진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전직 부정 공무원의 호주머니를 불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사업 추진부처는 문제의 업체를 배제할 방안이 없는지 다각도로 알아봤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현행법상 정부와 계약하는 모든 공공발주 사업은 조달청을 통해 입찰이 진행된다. 조달청에 따르면 부정을 저지른 전직 공무원이 참여한 기업이라고 해서 응찰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현재로서는 없다.

하소연을 한 관계자는 "문제의 업체를 배제하자고 입찰심사를 조작할 수도 없는 일이고 정말 답답하다"고 걱정했다.



과거 복마전 중의 복마전으로 꼽혔던 정부 공공발주 사업 입찰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하는 추세에 따라 많이 투명해졌다. 대부분의 입찰이 전자조달 방식으로 이뤄지며 각 과정마다 상세한 기록이 남는다.

다만 현재의 공공입찰 참가요건은 다소 경제적 변수에 집중돼 있다. 예컨대 건설사업이라고 하면 일정 수준의 건설실적이나 기술확보ㆍ자본 등 상당히 수치화하고 경제적인 변수들을 심사요건으로 삼곤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윤리적 심사요건이 배제돼 있다. 그렇다 보니 일부 업자들은 사업발주 부처의 업무사항에 밝고 인맥이 닿아 있는 전직 공무원들을 포섭해 공동 사업자로 참여시키는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전직 공무원 가운데는 재직시절 업무상 무리를 일으켜 쫓겨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부정을 저지른 공직자나 공기업 임직원이 퇴직 후 경영에 참여한 기업 등은 관계부처가 추진하는 공공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법 등으로 명문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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