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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재정위기 고조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비중이 50% 아래로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 비중은 50.04%까지 낮아져 추세적인 이탈이 오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이 견고한데다 공매도도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어서 외국인의 이탈이 장기화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53%(1만9,000원) 하락한 122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이날에만 7만1,000주(859억원)를 팔아 치워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비중은 50.04%까지 낮아지면서 50%선이 붕괴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올 1월 12일(50.0%) 이후 최저치이고 지난 해 3월 16일 기록(49.99%)에 바짝 접근한 상태다.
이처럼 외국인이 삼성전자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외국인들이 최근 주가가 급등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차익실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의 수장이 회동해 벌인 특허 소송 담판이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한 점도 투자심리 악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툭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특허 소송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에서 비밀 회동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단시일 내에 협상을 통해 특허 분쟁을 마무리 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은 특허침해 사실을 적시하며 타협점을 도출하기 보다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며 “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소송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외국인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하는 점도 외국인의 지분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삼성전자의 공매도 물량은 6만1,439주로 전날(2만2,017주)보다 세배 가까이 늘어나며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만 삼성전자 공매도 물량은 37만4,959주로 삼성전자 전체 거래량의 6.24%를 차지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매도해 차익을 챙기는 수법이다. 공매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대차잔고도 22일 현재 3조8,086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이중 외국인의 대차잔고 물량은 95.7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럽 리스크 고조로 삼성전자에서 외국인 이탈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추세적 매도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견고한데다 공매도도 큰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 S3에 대해 300만대 선주문을 받아 놓은 상태이고 20나노 모바일 D램 양산에 돌입하는 등 휴대폰과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2ㆍ4분기에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주가 하락이 오히려 저가 메리트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도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김승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는 외국인이 자주 사용하는 투자 기법”이라며 “공매도후 숏커버링 물량이 유입되면 수급이 좋아질 수 있어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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