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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와 여인들/김창실 선화랑 대표(로터리)

올 들어 우리나라를 강타한 한보사태 등으로 나라의 정치·경제가 온통 쑥대밭으로 변해가는 것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와중에서도 신문의 문화면에는 미술전시·공연·음악회 등 각종 문화행사가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어 적으나마 위안을 느낀다.어지러운 세태 속에서도 그나마 활력을 주는 문화계 소식들이고 보면 다행스런 마음 금할 수 없고, 미술문화계에 종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맡겨진 일에 더욱 충실하려고 노력해야 함을 새삼 느낀다. 때문에 미술계의 불황소식이 지상에 실릴 때마다 창작활동에 정진하고 있는 예술인들에 대해 화랑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공연히 죄스런 마음마저 들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역사란 항상 평온한 삶만이 지속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문화의 꽃은 싹트고 그 열매를 화려하게 맺곤 했음을 우리는 인류문화사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미술문화사는 특히 여성들의 참여와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끌어져 왔음이 눈에 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21세기를 향한 미래에도 변함없이 여성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믿는다. 지난 2차대전중 이탈리아 베니스의 한 화랑주인이던 패기 구겐하임 여사가 사재를 털어 미술품을 사모아 안전한 곳에 간직해 두었다는 사실은 언제 들어보아도 경제적인 난세에 처해 있는 우리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곤 한다. 종교적 핍박과 암흑속에서 헤매던 중세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가 여인들은 르네상스미술을 꽃피우기 위해 그들의 모든 재산을 기울여 천재화가들의 그림을 사주어 보호, 육성시켰다. 오늘날 르네상스미술의 보고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은 우피치 미술관은 이렇게 해서 설립이 가능했던 것이다. 미켈란젤로, 다빈치, 보티첼리, 라파엘로 같은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이 미술관에서 감상할수 있게 된 것도 메디치가의 여인들 덕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여인들의 활약상은 근대에 올수록 더욱 활발하게 빛을 발휘했음을 우리는 뉴욕의 MOMA(뉴욕 현대미술관)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MOMA는 현대미술품 10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1929년 당시 떠오르는 재벌이던 록펠러 부인, 설리번 변호사부인 등이 보수적인 미술품이 아닌 현대 미술품을 아주 싼 값(작품당 5백 달러선)에 수집해 바로 뉴욕현대미술관을 설립했던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여성이나 재벌가의 부인들이 미술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미술관 설립등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여성들의 문화창달을 위한 역할에 새삼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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