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업체인 노키아의 안시 반요키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지난 11월 말 "앞으로 모바일 솔루션 부문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드웨어인 휴대폰 제조 부문의 비중을 낮추고 스마트폰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오비스토어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노키아의 이 같은 방향전환은 휴대폰 사업에 진입한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은 애플이 아이폰 OS와 앱스토어를 내세워 휴대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선진국 정보기술(IT) 산업이나 잘나가는 IT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소프트웨어 부문이 강하다는 점이다. 선진국 IT 산업은 서비스 부문이 70%, 제조 부문이 30% 정도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서비스가 30%에 불과하다. 그나마 일반 IT 서비스를 제외하면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어나는 기술융합 속도를 감안할 때 우리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소프트웨어 부문을 하루빨리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애플리케이션 마켓, 새로운 IT시장의 문을 열다=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모바일 인터넷의 효율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다. 휴대폰에 탑재된 일정관리 프로그램, 주소록, 알람, 계산기, 모바일게임, 사무용 프로그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유선 애플리케이션에 비해 개인ㆍ중소 소프트웨어들도 접근이 가능한 개방성이 특징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oftware Development Kit, SDK)'가 공개돼 누구나 자유롭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개발자가 애플리케이션 가격을 대로 매겨 앱스토어에 올려놓으면 된다. 이후 소비자가 이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한 뒤 수익이 발생하면 앱스토어 구축ㆍ운영업체와 개발자가 일정 비율로 분배하는 방식이다. 개발자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면서 개발에서 판매까지 소요되는 비용ㆍ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제2의 IT붐'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업체인 ABI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규모는 올해 15억달러에서 오는 2013년 200억달러까지 급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의 개방성이 개인 개발자와 소규모 개발 업체의 참여를 활성화시켰다"면서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애플리케이션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느냐에 IT 기업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선점전쟁=최근 세계 휴대폰ㆍ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개설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의 선두주자는 애플의 앱스토어. 지난해 7월 개통된 앱스토어에는 현재 10만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 있고 누적 다운로드 건수도 20억건을 돌파했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의 장점 때문에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도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애플의 성공에 자극 받은 다른 IT 기업들도 너도나도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선점 전쟁에 나서고 있다. 블랙베리로 유명한 캐나다의 림(RIM)이 '앱 월드'를 열었고 노키아는 '오비 스토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각각 '안드로이드마켓'과 '윈도모바일 마켓플레이스'를 가동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은 개방성을 무기로 앱스토어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앱스토어가 아이폰 이용자들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폐쇄적 구조인 데 반해 구글 등은 다른 소프트웨어와 호환이 가능한 개방성을 가졌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기업도 본격 진입 나서=국내 기업들은 이동통신사가 국내 중심, 휴대폰 제조사들이 해외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만들고 있다. 이동통신사에서는 SK텔레콤이 9월 가장 먼저 'T스토어'를 열었다. KT도 최근 '쇼 앱스토어'를 개설하며 본격적인 시장경쟁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의 T스토어는 등록된 애플리케이션 수가 2만7,000개에 달하는 등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3개월 만에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전용펀드를 운영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쇼앱스토어는 무선랜(WiFi)과 와이브로를 개방해 비싼 무선인터넷 접속료 없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9월부터 영국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내년부터 30개국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는 국가별 단말기 사양에 맞춰 별도로 애플리케이션을 검증해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LG전자는 7월 'LG 애플리케이션 스토어(http://www.lgapplication.com)'를 개설했다. 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게임ㆍ교육ㆍ금융ㆍ여행ㆍ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3,000여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을 수 있으며 현재 100여종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서비스 국가를 유럽ㆍ중남미 등 24개국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LG전자는 국가별로 특화된 맞춤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하는 등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기태 산업은행경제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파이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개발자와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사업자 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융합전략연구실 주임연구원은 "시장유인책을 제공해 보다 많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참여시켜 초기 규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확보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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