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2학기 서울지역 초중고생 1,745명을 조사한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의 체육활동 참여 실태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평일 평균 여가는 195.6분으로 고등학교 평균(195.2분)과 사실상 같았다.
초등학생은 고등학생보다 정규 수업 시간이 적지만 그만큼 학원, 방과후학습 등 과외 활동이 많아 대학입시 준비생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중학생의 평일 평균 여가는 241.2분으로 초등학생보다 오히려 45분 가량 많아 초ㆍ중ㆍ고등학교를 통틀어 자유시간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일 평균 여가는 중학생이 487.3분, 초등학생 442.5분, 고등학생 405.1분 순이었다.
여가는 가정의 소득 수준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 학생의 평일 평균 여가는 평균 229.2분으로 일반 가정의 학생보다 약 15분 가량 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주말에는 반대로 일반 학생의 여가(451.5분)가 저소득층 학생(445.9분)보다 더 길었다.
대부분의 여가는 학급을 불문하고 운동이나 취미활동이 아닌 공부를 위해 재투자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초등학생들은 하루 평균 208.1분의 여가를 공부를 위해 사용한다고 답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여가 중 공부시간도 각각 평균 196분, 193분으로 집계됐다.
반면 여가 중 학생들의 운동 시간은 공부시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운동시간은 69.9분이었으며 중학생(51.1분)과 고등학생(43.3분)은 그보다 낮았다.
여가 중 게임시간은 초등학생이 84.4분,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각각 81.1분, 68.3분으로 운동시간보다 조금 길었다.
이처럼 서울 지역 초등학생들이 바쁜 일상에 쫓기는 데에는 조기학습에 대한 부모들의 과도한 열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맞벌이 가정이 크게 늘면서 가정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원을 전전하며 생긴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부족해진 현실에 지나친 사교육 열망이 더해져 나타난 결과”라며 “이는 전인교육이 박탈당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대안교육연대 관계자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기초학력을 위한 인지 학습이 전부가 돼야 하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라며 “초등학생은 뛰어 노는 것만으로 충분히 ‘앎’의 과정을 이행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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