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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도시는 혁신의 엔진… 그곳엔 기회가 있다

■ 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해냄 펴냄)<br>인재·기술·아이디어 끌어 모은<br>뉴욕·방갈로르 '최고 도시' 우뚝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실리콘밸리 전경

기원 전 6세기 아테네는 와인ㆍ올리브유ㆍ향신료 등을 거래하며 무역 중심지로 성장했다. 무역으로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페르시아군의 침공에 대항해 세력을 공고히 다진 아테네로 소아시아 국가 최고의 지성들이 몰려들었으며 마침내 아테네는 플라톤ㆍ소크라테스 등으로 대표되는 고대 서양 철학의 중심지로 우뚝 섰다. 18세기 뉴암스테르담(뉴욕의 옛 이름)은 세계화의 초창기에 네덜란드 서인도회사의 원거리 전초기지로 세워졌다. 무역을 업으로 삼았던 네덜란드 정착민들은 함께 모여 살면서 다양한 상품과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결국 뉴욕은 보스턴을 제치고 영국의 식민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로 떠올랐으며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전쟁으로 상처 받은 유럽의 작가들과 화가들을 불러 모으며 지적 교류의 장(場)으로 자리잡았다. 2,500여년 전 아테네와 21세기 뉴욕의 공통점은 독립적 사상가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혁신을 창조했다는 점이다. 이같은 눈부신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도시가 혁신의 엔진 역할을 한 덕분이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도시경제학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는 "도시의 인접성ㆍ친밀성ㆍ혼잡성은 인재와 기술, 아이디어와 같은 인적 자원을 한 곳에 끌어들임으로써 도시가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했다"며 "이 점이야말로 성공하는 도시의 핵심 요인"이라고 말한다. 21세기 최첨단 아이디어의 관문인 인도 방갈로르와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교육과 신기술이 사람들을 모여살게 하면서 도시의 성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저자는 도시는 선택이 아니라 성공과 진화를 위한 필수라는 주장을 편다. 저자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국가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소득 수준이 5배 이상 높고 영아 사망률은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인터넷이나 유선 전화를 통해 먼 곳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교통 편의성에 힘입어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를 선택하는 이유는 도시가 주는 기회와 이익이 많다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도시가 인간을 빈곤하게 만든다는 기존 주장에 대해서도 저자는 반론을 편다. 그는 "도시가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면서 가난한 이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빈곤해 보이는 것이지만 도시 빈민은 시골 빈민과 비교했을 때 더 부유하고 더 위생적이며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번영하는 도시와 쇠락하는 도시를 구분 짓는 차이점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특히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한때 똑같이 제조업의 메카였지만 지금은 퇴락한 자동차 왕국 디트로이트와 금융ㆍ출판ㆍ문화의 도시로 변화해 세계의 중심으로 부활한 뉴욕을 비교하면 교육과 신기술이 도시의 흥망성쇠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는 저자는 "19세기만 해도 한 국가의 성공 여부는 풍요로운 농지나 석탄 광산에서 나오는 원자재에 달려 있었지만 오늘날 경제적 성공은 국가 혹은 도시가 '얼마나 똑똑한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도시가 콘크리트 빌딩 숲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살로 빚어졌으며 사람과 기업들이 한 곳에 모여 협업하는 사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고 이것이 새로운 산업을 발생시켜 국가의 경제 성장과 인류의 번영, 인간의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주장한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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