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문학과 역사와 철학 등 인문학 관련 책들의 출간이 늘어나고 판매 부수 또한 많이 늘었다.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인문학강좌가 각종 단체의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것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이에 대해 출판인들은 이렇게 분석한다. 소위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지난 1990년 중후반 어린이 독서 열풍을 일으켰던 386세대가 자녀들의 교육이 거의 마무리단계로 접어들자 그들의 독서 욕구가 인문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10여년간 얄팍한 처세만을 다뤘던 자기개발류의 독서에 한계가 드러나고 진정한 창의적 사고는 인문학 고전의 독서에 근거한다는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들의 말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에서 연구하는 인문학 관련 학과의 교수들은 자신들의 학과가 존폐 위기에 빠졌다고 아우성들이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대학의 구조 조정으로 정부의 보조금에 크게 의지하는 대학들은 취업이 잘되는 학과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인문계열 학과의 퇴조는 비단 한국 대학 사회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가까운 일본뿐만 아니라 영미권 대학들도 인문계열보다는 자연과학과 관련된 학과나 경제경영학과 등 실무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대학 취업 잘되는 학과 위주로 재편
사실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 대학에서 주로 다루던 학문은 '리버럴 아트(liberal arts)'였다. '리버럴 아트'는 일반교양을 의미하며 고대 그리스시대 시민들이 교양으로 알아야 할 것으로 여겨 가르친 과목들로 철학과 수학·논리학과 수사학 등의 분야들이다. 이러한 학문은 논리적인 사고를 하도록 돕고 인간과 우주에 관련된 것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학문이었다. 이러한 인문학적 사고가 충분히 고양된 후 전문적인 기술은 실무과정에서 익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기술에 관련된 서양철학의 분석은 고대 그리스에서 다양하게 찾을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서적 가운데 하나가 플라톤의 '국가'다. 아시다시피 플라톤의 '국가'는 국가적 차원에서 올바름, 즉 정의를 구현하려는 플라톤의 사상과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된 책이다. 그런데 플라톤이 설계한 국가의 전모를 파악하기 전에 우리를 괴롭히는 개념을 만나게 된다. '국가'의 초반부터 등장하는 '아레테(arete)'와 그 대칭점에 위치하는 '테크네(techne)'라는 개념이다.
'아레테'는 탁월함·덕성 등을 의미하는 것이고 '테크네'는 아레테로 나아가기 위해 계속적인 보완이 필요한 불완전한 상태로 기술이나 기능 등을 의미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테크네'의 본성은 순수하고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발전을 해나가기에 적절한 통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스시대의 '테크네'는 예술 분야에서 원형에 가깝게 모방하는 기술로 주로 사용됐지만 오늘날에는 과학 분야에서 기술이나 기능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는 '테크닉(technic)'으로 볼 수 있는데 순수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본성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유지되는 듯하다.
오늘날 과학의 발전에 따라 테크닉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하고 있다. 전 세계가 정보기술(IT)에 의해 네트워크화하고 3D 프린터가 상용화됐는가 하면 곧바로 4D가 개발될 것이라 한다.
기술 발전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그리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내연기관을 장착했던 자동차는 전기로 구동되고, 무인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시대로 이행해가고 있다. 이러한 엄청난 기술 발전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준비되지 않은 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벌써 기술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의 완결성을 위해 달려가는 듯하다.
그러나 기술 발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과학기술이 가져온 산업혁명의 혜택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산업혁명 결과로 나타난 원료와 자원 그리고 시장 확보를 위한 제국주의의 융성과 재앙과도 같았던 두 번의 세계대전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기술 발전은 인간에게 편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비극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근래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더욱 드높이려는 출판인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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