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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도권 규제완화 재검토를

지방경제의 어려움은 우리 경제의 토대가 형성된 지난 70년대 이후부터 지속돼온 구조적 문제이다. 수십년 동안 정치적으로는 영호남 갈등을 근간으로 하는 이른바 지역감정이 우리 사회 발전에 큰 장애가 돼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해소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지역감정이 엄연히 똬리를 틀고 있는 현실은 미래 우리 경제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또 하나의 지역감정이란 다름 아닌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구조다. 한달여 전 정부가 컴퓨터 입출력장치 등 8개 첨단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을 1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수도권 규제 철폐조치를 발표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산ㆍ대구ㆍ경북 등의 지역에서는 그에 대한 많은 논의가 벌어졌다. 그 논의의 요지는 정부 여당의 수도권 내 공장 신ㆍ증설 허용방침이 이제 막 회생의 싹이 트고 있는 지방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어서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는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필자 또한 지방에 본사를 둔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로서 기본적으로 지방우대정책이 지속돼야 하고 이번 정부의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번 정부의 조치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필자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있었던 10여년 전 국민의 정부 출범 시기에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강력히 요청해 관철됐던 기억 때문이다. 당시 부산 경제는 신발산업 등의 몰락으로 이렇다 할 동력원을 찾지 못해 여타 지방보다 어려움이 컸었다. 당시 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부산의 비전을 국제물류금융도시로 잡고 증권선물거래소 유치에 노력했다. 싱가포르와 같은 세계항만도시에 국제금융 기능이 활성화한 사례와 증권거래소가 서울에 존재하는 것보다 부산이라는 세계 4위의 첨단항만도시에 유치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위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펴며 설득에 나섰다. 결국 증권선물거래소 본사는 5년여 만인 올초 부산으로 완전 이전해 성공적으로 본사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된 대표적 모범사례가 됐다. 증권선물거래소 자체만으로도 코스닥 등 4개시장이 합쳐지면서 경영효율성이 높아졌으며 기능 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역대학에는 관련 학과가 설치되고 증권 관련 인력수요가 늘어났다. 물론 그 인력의 조달은 부산에서 대부분 이뤄진다. 어려운 지역대학생들의 취업에 숨통이 트인 셈이다. 이와 함께 증권선물거래소 직원 400여명이 부산으로 이주해 여러 가지 경제활성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은 당연하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증권선물거래소 관련 자금도 지역에 머물면서 금융 등 지역경제 상승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수도권과 지방, 이 새로운 차원의 지역감정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며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확신한다. 지방의 어려움은 매우 복합적인 것으로 인력, 돈, 산업 인프라 등 무엇하나 수도권에 비해 나은 것이 없다. 수도권 인구는 2,200만명으로 인구의 4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이상비대 현상으로 효율성이 저하돼 있다. 이번 수도권 규제 완화조치를 두고 논쟁이 뜨겁고 각 주체마다 자기 중심의 논리를 펴지만 그 핵심은 국가경쟁력일 것이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행정도시 이전 합헌 결정은 지역발전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며 6월 전격 발표된 176개 공공기관 지방 이전조치 또한 지역의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이에 반해 이번 수도권 규제 완화조치는 10여 년간 지속돼온 그런 원칙이 근본적으로 훼손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들게 하며 일관성에도 의심을 갖게 한다. 과거 수도권 규제책을 펴면서 정부는 제조 업체들이 수도권 본사를 지방에 이전할 때 법인세 감면 등 수많은 혜택으로 효과를 거뒀다. 심지어 땅값에 대한 직접 지원과 건축비도 지원하는 정책까지 마련한 적이 있다. 이번 수도권 규제책 완화조치는 수도권의 땅값 상승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게 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로 지방의 기업도시 및 혁신도시 건설 등 지방의 성장동력산업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존립기반 자체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할까 걱정스럽다. 오히려 지금은 지방의 발전을 위한 지혜를 더욱 모아야 할 시점이다.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보다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 기업의 윤활유인 금융 부분의 지방 이전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연구돼야 한다. 참여정부가 출발 시점에서 약속했던 신선한 경제정책의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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