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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암울한 총선·대선 이후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권…기업활동 규제 쏟아내<br>자유·시장경제 흔들리면 투자·일자리 위축 불가피


국회가 부산지역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예금 보호 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과 후순위채 투자금을 보상해주기로 했다. 한도를 초과한 예금이나 후순위채는 예금보험 대상이 아닌데 이를 예금보험료로 보상하는 것은 남의 돈을 가로채 엉뚱한 사람에게 주는 횡령ㆍ배임 행위로 심각한 사유재산 침해이며 예금보험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짓이다. 금융시장의 안전장치인 예금보험제도가 무너지면 금융기관ㆍ예금자 모두 도덕적 해이에 빠져 금융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그런데도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서로 담합해 법과 원칙을 무너뜨리는 무책임과 몰지각의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기업 활동을 제한하고 사유재산권을 훼손하는 조치들이 도처에 일어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을 해친다는 사회적 비난 여론 때문에 내수산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제과ㆍ커피 사업에서 비롯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빵집 발언 이후 가장 먼저 삼성그룹이 제과ㆍ커피 사업에서 철수키로 결정했다. 또한 대형마트 업체들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중소업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대형마트의 중소도시 진출도 막힌다.

하지만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떠밀려 기업 활동을 규제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대기업이 물러난 빈자리를 골목상권 대신 외국계가 채울 수도 있다. 유통산업의 영업 활동 제한은 위헌 소지가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시작된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도 속 시원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여야 모두 경쟁적으로 '재벌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출자총액제한 부활과 재벌세 신설을 제시하고 새누리당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ㆍ금지ㆍ해체 등을 준비하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을 가질 수 없을 것 같다. 요즘 정치권이 벌이는 대기업 때리기는 포퓰리즘의 도를 넘어서 심상치 않게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 활동에 대한 정부 규제와 개입이 지나치게 많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과 준조세 등은 개인 소비 및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 과도한 규제야말로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며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양극화, 비정규직, 청년실업 문제도 정부 규제의 산물이다. 서비스산업의 낙후도 규제 때문이다.



요즘 동반성장이나 양극화 해소를 내세워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과 사유재산권을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화가 강조되다 보니 경제적 자유가 민주화 수준에 비해 뒤처졌다.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지면서 경제적 자유는 더욱 뒤로 밀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경제 발전과 선진화를 이룩하려면 민주화와 진보ㆍ복지에 못지않게 경제적 자유를 확대해야 한다. 경제적 자유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경제 자유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투자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늘린다. 경제 활동이 자유로운 나라가 대체로 소득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적 자유는 그 자체가 중요할 뿐 아니라 정치적 자유, 인권, 언론의 자유 등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모든 자유를 신장함으로써 민주 사회, 선진 사회를 구현하는 근간이 된다. 경제적 자유가 제한되고 빈곤한 사회에서 정치적 자유나 인권, 언론의 자유 등은 스스로 존립하기 어렵다.

총선ㆍ대선 이후 우리 경제에서 사유재산권과 기업 활동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될지 걱정스럽다. 경제적 자유가 위축될 때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또한 흔들릴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소득이 줄고,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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