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이날 싱가포르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기조연설을 통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번 회의에서 중국을 의식해 항행·비행 자유의 중요성과 일본·아세안(ASEAN)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정권의 안보이념인 '적극적 평화주의'와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아베 총리가 미국 등 다국적 파트너와 손잡고 일본이 적극적으로 지역안보와 번영을 주도한다는 내용의 안보 비전인 '아베 독트린'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 대치 중인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해상경비능력 지원 방안 등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이번 회의에서 지역안보를 주도하려는 미국과 일본에 쐐기를 박으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중국과 베트남의 남중국해 충돌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 아시아 각국의 국방장관들이 모이는 자리로 중국은 각국의 견제구에 대응하면서 역내 질서 주도의 포석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회의에 적잖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 대표단을 이끄는 푸잉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 겸 외사위원회 주임은 최근 "일부 국가가 자국 입장만을 생각해 문제를 일으키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에 중국은 반대한다"며 일본에 사전 견제구를 날렸다.
WSJ는 중국이 이번 회의에서 시 주석의 외교안보 독트린인 '신아시아 안보구상'에 대해 설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중일 안보 노선의 정면승부 가능성을 제기했다. 회의를 주관하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팀 헉슬리 이사는 "시 주석은 아시아의 문제를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이 해결할 것을 강조하는 반면 아베 총리는 포괄적으로 아시아 외 파트너 국가들을 끌어들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안보회의는 IISS 주관으로 2002년 이후 매년 개최됐으며 올해는 아시아태평양 및 유럽 지역 27개국의 국방장관, 합참의장, 안보전문가 등이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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