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대만 케이블TV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CNS) 지분 60%가 대만의 라면왕 웨이잉저우의 팅이홀딩스에 매각된다. 매각금액은 24억달러(약 2조4,480억원·25일 환율기준)로 투자회수에 따른 차익은 9억달러(약 9,180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사모펀드가 해외에서 성사시킨 기업매각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중국 경제관찰보 등에 따르면 팅이홀딩스는 MBK가 보유한 CNS의 지분 60%를 2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조만간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역대 사모펀드의 아웃바운드 딜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된다. 올 들어 아시아지역 사모펀드 거래 중에서도 가장 큰 수준이다.
고무적인 점은 투자회수금 규모다. MBK는 지난 2007년 CNS 지분 60%를 15억달러(약 1조5,300억원)에 인수했다. 매각 차익은 9억달러(약 9,180억원)며 투자 수익률은 60%에 달한다. 앞서 2011년 2월 매각한 대만 케이블 채널인 갈라TV의 투자 수익률은 6.25%에 불과했다. 그동안 의구심을 자아냈던 투자금 회수능력을 재평가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MBK는 설립 9년 만에 총 75억달러의 자금을 굴리는 동북아 최대 바이아웃 펀드 운용사로 성장했지만 투자규모와 비교하면 투자회수 금액은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투자회수로 MBK는 이 같은 평가를 말끔히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CNS 매각은 MBK의 수장인 김병주(사진) 회장의 탁월한 자금조달 능력과 협상 수완 능력 덕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회장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박태준의 넷째 사위로도 유명하다. 그는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씨티그룹의 투자은행 부문인 살로먼스미스바니 아시아지역 최고운영자 겸 한국사무소 대표와 칼라일아시아 회장을 역임했다.
CNS 지분 인수를 결정한 팅이홀딩스는 중국의 농심으로 불리는 거대 음식료 기업이다. 라면 캉스푸로 20년 만에 중화권 최대 음식료 기업으로 성장한 팅이는 타이베이 101빌딩(파이낸셜센터)을 소유하고 중국 본토 펩시콜라 사업권을 획득하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팅이홀딩스의 창업자인 웨이잉저우가 케이블TV 지분 인수에 뛰어든 것은 올해 초 획득한 대만 4세대(4G) 라이선스를 활용해 통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CNS 인수를 통해 4G 네트워크 패키지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경제관찰보는 통신업계 관계자의 분석을 인용해 "이동통신 사업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4G 네트워크 패키지 완성과 디지털 컨버전스를 위해 CA-TV업체인 CNS가 보유한 광통신망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며 "팅이가 음식료에서 통신으로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MBK는 그동안 CNS 매각을 여러 번 시도했다. 2010년 중국 왕왕그룹에 24억달러를 받고 매각하려고 했지만 독과점 우려로 대만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또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증시에 CNS 지분 일부를 상장해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번 매각도 대만 방송위원회 승인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중국 기업의 대만 미디어 장악'의 논리에서는 벗어났지만 대기업의 미디어 장악과 시장지위권 남용 가능성은 여전해 승인을 낙관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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