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목요일 아침에] 국민통합을 이루려면

김희중 <논설위원>

“국민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게 역사적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의미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ㆍ15광복절 경축사에서 한 말이다. 남북으로 갈라진 것만으로도 모자라 지역간ㆍ계층간ㆍ세대간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를 돌아볼 때 공감이 가는 말이다.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분열의 원인으로 세가지를 들었다. 잘못된 과거역사,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정치구조, 경제ㆍ사회적 불균형 및 격차확대 등이다. 그는 이 같은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구도에 매몰돼 있는 정치구도를 바로잡아야 하고 잘못된 과거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ㆍ사회적 불균형 및 격차는 앞으로 닥쳐올 분열의 요인이라며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정부 단기적 성과에 급급 지역구도 타파, 왜곡된 역사 바로잡기, 빈부격차 해소는 역대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과제다. 지역할거주의를 개선하기 위해 선거법을 바꾼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총독부 건물을 부수는 등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데 열을 올린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도 그 뿌리는 아직도 뽑히지 않고 있다. 보릿고개로 압축되는 절대빈곤은 사라졌지만 상대적인 빈곤, 이른바 빈부 간 격차는 유사 이래 가장 큰 거리로 벌어졌다. 이 나라를 통치했던 많은 대통령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통치자들의 조급함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재임기간에 뭔가 업적을 남겨놓겠다는 의욕만 앞세웠지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해법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건주의는 반복됐고 국민들은 그런 정치적 쇼에 등을 돌렸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이 성공할 리 없다. 미래를 지향하기보다는 과거에 집착한 것도 문제였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건설적인 대안을 찾기보다는 부끄러운 흔적만을 없애고 가해자 타도에만 주력했다. 결국 새로운 상처가 생겼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끝없이 바뀌는 보복의 역사다. 결국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흐릿해지고 적과 동지로 갈라섰다. 예나 지금이나 당파싸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념’을 버려야 한다. 이념을 버리지 않고서는 통합을 이룰 수 없다. 나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독선에 사로잡혀 있는 한 화해는 불가능하다. 해방 후 남과 북이 갈라진 것은 ‘민족’보다는 ‘이념’ 때문이었다. 그 이데올로기 때문에 형제자매들이 아직도 남과 북으로 갈려 보고 싶은 얼굴을 만나지 못한다. 소련의 붕괴로 이데올로기가 종언을 고한 지가 언제인가.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보ㆍ혁갈등을 겪는 등 이념을 놓고 대결하고 있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이념의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대립과 반목, 갈등과 분열을 극복할 수 없다. 사람마다 생각과 능력이 다르고 지역마다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다양성 때문에 이 세상은 조화를 이루는 것이고 살 맛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양성을 거부하는 경향이 거세지고 있다.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는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념 버리고 차이 인정해야 자신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며 핑계대는 일도 그만둬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만큼 부끄럽고 비겁한 것도 없다. 참여정부 들어 ‘네 탓이오!’가 너무 잦은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조류가 확산되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 잦으면 반목과 분열은 심해진다. 진정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열린 마음, 이념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 차이를 인정하고 남의 탓보다는 내 탓으로 돌릴 때 흩어진 민심은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