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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눈치보기 극심 '시장자율 요원'

재경장관 한마디에 '일제히 금리인하'은행권이 일제히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의 수신금리 인상 경고 발언이 나온 지 만 하루 만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과 함께 이어지는 은행의 금리조정, 일종의 「앵무새 놀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의 중심축인 은행이 이처럼 「눈치보기 정책결정」을 지속하는 한 시장 중심의 금융환경 조성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발 시중은행에까지 확산된 금리인하=은행권의 금리인하 바람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25일. 금리인상 분위기 속에서 주택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내리면서 촉발됐다. 이어 신한·국민은행이 동참했다. 이른바 우량 은행들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온 반면 굴릴 곳은 마땅치 않았기 때문. 그러나 우량 은행들의 금리인하와는 달리 나머지 은행들은 2월 초부터 정반대의 현상을 이어갔다. 대우채 환매자금 유치가 직접적인 목적이었지만 예금제도 변경을 앞두고 장기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절박함이 숨어있었다. 1년 이상 정기예금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를 얹어줬다. 네고금리까지 제시했다. 금리인상 바람이 시작된 지 불과 한달. 대형 선발 은행이 움직였다. 선발주자는 조흥은행. 18일부터 만기 6개월의 경우 7.5%에서 7.3%로, 만기 1년은 8.2%에서 8.0%로 각각 조정하기로 했다. 시장금리를 살펴 추가 인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차를 두고 한빛은행도 뒤따라 0.2%포인트 인하했다. 외환은행도 조만간 인하 대열에 동참할 전망. 은행 관계자는 『현행 7.8% 수준인 1년제 정기예금을 7.6% 정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머나먼 커머셜뱅크=국내 은행들은 평소에는 한없이 둔감하다가도 정부 당국자의 말 한마디만 나오면 100㎙ 달리기하듯 선수를 치고 나온다. 지난해 1월20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내 은행의 예대마진이 커 기업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하자 은행들은 하루도 안돼 대출금리 인하를 외쳤다. 불과 2개월 뒤.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상반기 중 은행 대출금리가 한자릿수로 하락할 것) 후 고금리 수신때문에 인하가 불가능하다던 은행들은 불과 일주일도 안돼 일제히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6월에는 대통령의 환가료 언급이 나오기 무섭게 수출금융조건 완화를 단행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이번주 초까지만해도 선발 은행의 금리인하는 전혀 예고되지 않았다. 대우채 환매를 전후해 금리인상에 나섰고 이로 인해 예대금리차가 축소됐지만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예금을 끌어들일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이헌재(李憲宰) 재경부 장관이 지난 15일 『수신금리를 올려 몸집을 부풀려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은행 경영진이 있다면 일백번 잘못된 것』이라고 쏘아부친 데 이어 금융정책협의회에선 몸집 불리기를 위해 금리를 올리는 은행에 대해 금감원이 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지도할 계획이라는 엄포가 나오자 「리딩뱅크」라고 자부하는 대형 선발 은행들도 앞다퉈 금리인하에 나섰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최근의 금리인상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로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상조치는 적절하다』면서도 『매번 자율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정책 당국자의 발언이 나와야 행동에 옮기는 상황에서 시장자율에 의한 2차 금융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3/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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