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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Eden). 인류의 시조라고 하는 아담과 이브를 위하여 하느님이 만든 낙원을 뜻하는 히브리어. 혹은 이상향.'
성서에 나오는 일들이 실제 있었던, 혹은 과학적으로 입증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늘 있었다. 미국의 한 케이블 채널은 이를 테면 모세의 기적이 실제로 가능한가 같은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을 동원해 100건이 넘는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어 놓았다. 하물며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 에덴에 대한 관심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저자의 얼굴도 못 본 작은 할아버지가 에덴 찾기에 골몰했다는 사실을 확인해보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이 책은 바로 이 '에덴 추적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모두 창세기 2장 10~14절에 매혹된다. 도무지 의심할 여지 없이 단호하고 건조하게, 아주 사무적으로 에덴의 위치를 설명한 이 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 "에덴에서 강 하나가 흘러나와 그 동산을 적신 다음 네 줄기로 갈라졌다." 지금도 역사책에 나오는 그 이름, 티그리스ㆍ유프라테스 강이 이 중 두 갈래다. 물론 지금의 이름과 당시의 이름이 같다는 보장은 없다. 나머지 두 갈래인 비손ㆍ기혼 강은 그 정도의 힌트도 없다. 요인즉 네 개의 물줄기만 있다면, 일단 후보가 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중세 기독교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주의 신성한 중심인 예루살렘을 에덴이라고 믿었지만, 훨씬 전인 1세기 로마 역사가 요세푸스는 달랐다. 티그리스ㆍ유프라테스는 같은 이름이지만, 비손ㆍ기혼 강은 각각 갠지스ㆍ나일 강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것.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에덴이 실제 장소일 수도 있고, 은유일수도, 혹은 두 가지 모두일 수도 있다는 아리송한 해석을 내놓았다.
에덴에 대한 가설은 이제 걷잡을 수 없다. 1358년 한 피렌체 수사(修士ㆍ독신으로 수도하는 남자)는 스리랑카 실론섬에서, 미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남아메리카 내륙 끝 오리노코 강 어딘가에 있다고 기록한다. 프랑스 출신 종교개혁자 칼뱅은 지도까지 그려 에덴을 이라크 어딘가로 몰아간다. 하지만 진화론자 다윈은 아프리카 대륙 어딘가라는 암시를 주고, 탐험가 리빙스턴은 나일 강 수원인 잠비아라고 확신했다.
이 책은 진화론이 발표되는 1859년에서 작은 할아버지가 사망하는 1971년까지로 '에덴 추적자'의 범위를 확 좁힌다. 그래도 넘어갈 수 없는 이 '돈키호테' 숫자를 14명 밑으로 줄이지는 못했다. 감리교 목사이자 보스턴대학교 학장인 첫 탐험자 윌리엄 페어필드 워런은 수백만년 전 따뜻했던 지구에서 북극이 에덴이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는 메소포타미아 남부를, 또 미국 대륙 어딘가를, 몽골사막 한가운데를 확신한다.
이 추적자들은 저마다 창세기 구절을 선택적으로 허구와 은유, 사실로 받아들이고 논리를 전개한다. 그들은 확신하는 '에덴'의 위치는 다르지만 찾는 것은 같다. 각각 내면에 품고 있는 세계관과 이상향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는 점. 그것은 잃어버린 미덕이 살아나는 완벽한 세상이고, 고고학 세계로의 관문이고, 아리아인을 정상에 우뚝 세울 역사적 근거였다. 또한 관용과 평화의 땅이거나, 완벽한 관개기술을 갖춘 실용적 땅이어야 했다. 저자는 서문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나는 에덴이 이끄는 곳으로 계속 걸어가볼 생각이다. 그 미지의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기이하지만 진실하고 절실한 마음을 만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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