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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60> 당신의 '비밀'이 궁금한 이유


독일의 전 총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얼마 전 미국 국가 안보국(NSA)에 의해 지속적으로 감청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일간지 빌트의 일요판 ‘빌트 암 존탁’도 미국 정보계의 전문가를 인용, 슈뢰더 전 총리가 러시아 수뇌들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지속적 감청의 대상이 되었다고 폭로했습니다. 게다가 운영자 줄리안 어산지로 유명한 위키리크스 또한 독일 정계의 주요 인사 56명이 미국 정보 당국에 의해 도청 또는 감청을 당했음을 주장하면서 잠재적으로 수많은 외국 정상이 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이 사건은 당분간 외교가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입니다.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알고 싶은 것일까요? 우선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자발적 취약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존 마이어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서 이야기한 개념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자신의 약점을 기꺼이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행위가 바로 신뢰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상대방이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안고 있는 약점만큼 그도 약점을 드러내 주기를 기대합니다. 사업상 계약을 맺을 때 계약 조건으로 ‘신의를 어길 시에는 벌을 받는다’는 식의 내용을 제시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교섭의 대상이 신의를 지키는지 반대로 이를 어기는지 알려면 그의 진실을 들춰 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주변인들에게 평판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 사람 어때요’라고 수소문하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인간적, 사회적 검증을 할 수 있습니다.

비밀을 알고 싶은 심리는 상대방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일 때에도 발동합니다. 그가 아픈 부분, 또는 충족하지 못한 욕구 등을 알아내 그에 맞는 대응을 하기 위해 요긴한 것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깜짝 선물로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은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상대방을 잘 알아야 그가 정말 원하는 것을 선물할 수 있으니까요. 빅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 정말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봐서는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으니, 그 주변에 있는 다양한 행동과 흔적들을 추적해 마음 속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입니다. 앞서 독일과 미국 간에 벌어진 감청 스캔들은 굳이 통제와 협박의 의도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한 국가가 다른 경쟁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국의 입장에서 충족시켜줄 수 있는 욕망은 무엇인지 간파하는 작업인 것이지요.



하지만 목적이 수단을 항상 정당화시켜 주지는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연인을 감시하는 족쇄로 전락해 버린 ‘감시 앱’이나 몇 건의 청부 살인 이슈들은 상대방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밀을 추적하고 포착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합니다. 비밀 알기는 당사자들 간의 깊은 소통과 이해를 전제한 직접 대화를 통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마치 여고생들이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남학생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말이죠. 제 아무리 상대방을 위한 배려, 또는 관계 유지를 위한 전략이라 할 지라도 반드시 예의를 지켜야 하는 법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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