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올 들어 상승한(엔화가치 하락) 엔ㆍ달러 환율이 마침내 달러당 95엔 벽까지 넘어서면서 시장은 이제 달러당 100엔 돌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 정권의 공격적인 경기부양과 엔화약세로 실물경제도 회복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고조됐다. 시장에서는 연내 1만3,000선을 넘어서 엔화가 달러당 100엔까지 하락하면 주가지수가 1만5,000까지 넘볼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UBS는 7일(현지시간) 20일 구로다 하루히코 차기 일본은행 총재 부임을 계기로 엔화약세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올해 말에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래리 헤서웨이 UBS 이코노미스트는 "엔저는 아베 총리와 일본은행이 추구하는 통화정책의 결과"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을 기록한 것은 2009년 4월이 마지막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당 95엔을 돌파한 것은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에 힘입은 결과지만 구로다 차기 총재가 앞으로 내놓을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19일 사임하는 시라카와 마사아키 현 총재가 아베노믹스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과 달리 구로다 총재는 아베 총리의 부양책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보다 공격적인 완화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하다.
니컬러스 헤이스팅스 칼럼니스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추가적 통화완화 조치에 대한 기대가 엔화를 더욱 약세로 이끌었다"며 "이런 경향은 구로다가 그의 통화정책 계획을 이끌 능력이 드러날 몇 달 내로 더욱 명백히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펼 시점은 구로다 체제에서 첫 회의가 열릴 다음달 3~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달러=100엔' 시나리오는 이미 일본 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내비친 것이라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앞서 1월 중순 아베 총리의 경제 부문 자문관인 하마다 고이치 전 예일대 교수가 110엔선을 넘지 않는 선이라면 달러당 100엔대의 엔저도 일본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일본 정부 쪽에서는 일찌감치 달러당 100엔을 염두에 둔 엔저 지속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가파른 엔저와 아베노믹스의 경기부양에 힘입어 실물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증시호황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8일 일본 내각부는 2월의 길거리 체감경기지수가 전월비 3.7포인트 오른 53.2를 기록하며 6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2~3개월 뒤의 경기를 내다보는 선행판단지수도 4개월 연속 올랐다. 이는 지난해 4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속보치로 집계했던 마이너스와 달리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내각부 발표와 함께 일본경제가 마침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이와증권의 시오무라 겐지 시니어 스트래티지스트는 "8일 강세장의 배경에는 엔저에 힘입어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며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을 돌파하면 닛케이지수가 1만5,000선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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