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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세계 속의 한국

언젠가부터 기록적인 재해가 연중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은 한낱 미약한 존재이고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인간사 전체를 관통한다. 그럼에도 최근의 기후변화는 때와 장소가 종전과 판이해 그 피해가 심대하다. 얼마 전 제주도 폭우사태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비를 흡수하는 현무암으로 이뤄져 물난리가 나지 않는다는 지역에서 연간 강수량의 3분의1이 이틀간 쏟아졌다. 근본적으로 주변 해수면의 온난화가 원인이며 지나친 개발과 도로 확장 등이 화를 키웠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취임 후 첫 유엔총회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올렸다. 오는 2012년 종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국제적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듯 일국차원의 대응이 불가능한 사안들이 점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와 같은 국제적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하고 무감각하다는 느낌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만 하더라도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온도가 0.74도 상승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두 배가 넘는 1.5도가 상승했다. 그럼에도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부시 행정부에 대해 비판할 동안 정작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한 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세계적인 빈곤과 저개발의 문제만 해도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지위를 자랑하지만 정작 우리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은 OECD 평균인 0.33%의 3분의1에 그치고 있다. 우리 경제를 일구는 데 국제적 원조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한 문제는 스스로를 변방의 작은 소국으로 낮춰보는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외침에 시달리고 강대국 간 갈등에서 화를 입어온 오랜 역사로 인해 우리에게 바깥세상은 두려움과 외경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고 그 결과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정착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정체성과 책임에 대해서는 인식이 희박하다. 지구를 지키는 미국 영화의 영웅 캐릭터에서 우리는 거북한 느낌을 갖지만 자국의 대선에서 전지구적 환경문제가 핵심의제로 제기되는 데서 강대국다운 면모를 확인한다. 경제규모 세계 12위,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을 넘어 세계 속의 우리의 위상과 품격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천절 아침의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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