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이철희 부장검사)는 최근 3년간 검사 규정을 지키지 않고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발급한 혐의(식품·의약품 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민간 식품위생검사기관 10곳을 적발해 검사기관 대표이사 주모(55)씨 등 8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원 등 26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현행법상 식품가공제조 업체들은 제조 및 판매식품이 기준과 규격에 적합한지 주기적으로 검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업체들은 자체 검사 설비를 갖춰 검사하거나 민간 식품위생기관에 위탁해 검사를 대행하고 있다. 현재 대형 식품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설비를 갖추기 어려워 검사기관에 위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전국 74개 식품위생기관이 최근 3년간 발급한 시험성적서 85만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10개 기관에서 모두 8만3,000건의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정상적으로 검사를 거치지 않은 식품 2,400여개가 시중에 유통됐다.
특히 일부 기관은 식품 포장을 뜯지도 않고 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W검사기관의 경우 김치 제품에 대한 기생충알 검출 여부를 의뢰 받았지만 실제로 검사를 시행하지도 않고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938회에 걸쳐 허위 성적서를 발급해줬다.
경남 진주의 N검사기관은 간장 제품에 발암물질의 일종인 아플라톡신이 있는지 검사를 의뢰 받았으나 일회용 검사장비를 재사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허위 성적서를 3,000여차례 발급해줬다. 검찰에 따르면 일회용 검사장비를 재사용하면 아플라톡신을 검출해낼 수 없어 사실상 검사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 기관은 민간 검사기관들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이 줄어들게 되자 검사비용을 낮춰 수익을 올리려고 관행적으로 허위 시험성적서를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식품업체들도 깐깐하게 검사를 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위탁계약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일감을 따내기 위해 엉터리 검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검찰에 적발된 10곳에 대해 식품위생검사기관 지정을 취소하는 한편 올 하반기부터 시험검사 성적서 위·변조 방지 시스템과 검사장비 기록관리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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