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서 자동차·중공업으로 전방위 공세
특허괴물 국내 기업 소송 분석 보고서 첫 발간ITRI 등 토종 중견기업까지 마구잡이 타깃8년간 261건·라이선스 비용 최소 30조 육박
이종배기자 ljb@sed.co.kr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국내 기업에 대한 특허괴물(NPE)들의 공세가 전자 업체뿐 아니라 자동차ㆍ중공업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세계 굴지의 특허괴물들이 우리 기업을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덧붙여 우리 기업이 특허괴물 소송 무마로 지불한 라이선스 비용이 최소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4일 특허청 및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등이 발간한 'NPEs 활동현황 연차보고서(2011년)'에 따르면 특허괴물의 공세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괴물 소송 현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특허괴물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제소한 건수는 무려 261건에 달했다. 특히 2010년 41건, 2011년 73건 등으로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108건)와 LG전자(69건) 외에도 자동차ㆍ중공업 기업이 포함돼 있어 특허괴물의 공세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팬택(17건), 현대자동차(14건), 기아자동차(4건), 현대중공업(2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식재산보호협회 관계자는 "특허괴물들의 공세가 휴대폰ㆍ반도체 등 전자에 치중돼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자동차에 정보기술(IT) 부품들이 채택되고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면서 (자동차도) 특허괴물의 주공격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들 외에도 코원 등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는 중견기업으로까지도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점은 한국 기업을 주 타깃으로 하는 특허괴물들이 규모 등에서 세계 1위와 2위 등 거물이라는 점이다. 우리 기업에 소송을 제기한 특허괴물을 살펴보면 1위는 대만의 ITRI(산업연구소), 2위는 인텔렉추얼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 등을 기록했다.
대만의 ITRI는 한국의 ETRI와 흡사한 조직으로 막대한 특허를 바탕으로 현재 특허괴물화 되면서 한국 등 경쟁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인텔렉추얼벤처스는 보유 특허만도 3만여 개가 넘는 특허괴물의 대부로 꼽히는 조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특허괴물들이 있는데 한국을 타깃으로 하는 특허괴물이 막강한 파워와 힘을 갖고 있는 것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대다수 기업들은 특허괴물 소송에 대해 상호 라이선스 체결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지만 10건 가운데 7건이 아직도 소송이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74건, LG전자는 52건, 현대자동차는 7건 등이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 기업이 특허괴물과 라이선스를 맺어 소송을 마무리 지은 것이 58건"이라며 "한 건당 라이선스 비용이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최근 8년 동안 최소 30조원에서 최대 58조원의 돈이 특허괴물 손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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