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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문화산책] '감각의 제국에 평화를…'

최준호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

[토요문화산책] '감각의 제국에 평화를…' 최준호 최준호 눈부신 발전을 이룬 한국사회에서 우리는 얼마나 더 평안한 삶을 영위하게 됐는가. 필자는 업무의 특성상 외국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다. 어떤 나라의 수도에 머물기도 하고 작은 도시에서 일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에서 ‘조용히’ 지내다가 온다는 것이다. 바쁜 업무로 인해 몸은 고단하더라도 항상 귀와 눈은 휴식을 취하게 된다. 그러나 서울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온갖 소음과 현란한 색과 형상에 어지럼증이 다시 시작된다. 옛날부터 우리는 공동체사회에서 함께 살며 신명 나는 흥과 에너지를 나누고는 했다. 대한민국의 제일가는 자랑은 사람이며 한국인의 따뜻한 정과 기운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몇 십년 전부터 외지에서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온 것들이 공동체사회에서 녹아들지 못하고 각자 표현하고 있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각종 소음을 듣게 된다. 확성기를 통해 울리는 상인들이 광고하는 소리, 음악 소리, 과잉된 각종 안내방송, 큰 목소리의 대화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곳도 조용하지 않다. 업종과 관계없이 상가 지역이든 주책가든 개업을 하면 대개 하루종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몇 명의 모델들이 소리지르며 춤을 춘다. 땅에서 눈을 떼면 온갖 색깔의 간판이 기이한 모양으로 우리를 자극한다. 우리의 감각은 이제 웬만해서는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마비돼 있다. 그러나 도로에서 경적 소리를 듣는 일은 드물다. 가히 문화선진국다운 일이다. 다수의 시민을 배려하는 노력에 동참하는 성숙함일 것이다. 개인주의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첫번째 미덕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목적으로 다수의 눈과 귀를 고단하게 하는 일은 다른 모두를 긴장되고 각박하게 만든다. 예술이 눈과 귀를 씻어주려고 아무리 아름다운 형상과 소리를 제공해도 아직은 시민들의 일상과는 거리가 있다. 캠페인을 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위한 인식과 논의를 해야 하는 지혜가 우리에게 평안한 일상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 입력시간 : 2004-10-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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