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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화제의 경영·경제서] 나를 찾아 떠나는 산티아고 900㎞ 여정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정진홍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인문학자 정진홍은 어느 날 문득 위기감을 느꼈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게 '성장통(成長痛)'이라면 중년의 저자가 자각한 것은 '정지통(停止痛)'이었다. 질주해왔지만 여전히 멈춰 있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그는 떠나기로 마음 먹었고 산티아고 900㎞를 걷기로 결행했다. 저자는 '먼 길 가려면 덜고 털고 비워내야 한다'는 점에서 인생 배낭도 마찬가지라고 얘기한다. 줄이고 버리고 비우며 털어낸다 하더라도 꼭 가지고 가야만 하는 짐이 있듯이 인생 배낭에도 운명 같은 짐, 회피할 수 없는 인생의 십자가가 저마다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그것을 인정하고 짊어질 각오를 하는 것이 먼 길 떠나는 채비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은 저자가 온몸으로 쓴 고백록이며 그 울림은 읽는 이에게 공감과 치유를 전하며 영혼까지 흔들어놓는다.

산티아고 길은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야간행보를 하던 어느 날 저자는 노란색 화살표가 일러준 방향을 따라 한참을 걸었지만 다시 출발점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까닭을 찾고자 되짚어간 길에서 그는 노란색 화살표가 아닌 하얀색 화살표를 따라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노란색을 따라야 하지만 하얀색 화살표를 따라갈 때도 있고 화살표가 없는 곳도 있다. 저자는 그렇게 방향을 잃었을 때 중요한 것은 "내 안의 방향감각"이라고 이야기한다.

산티아고의 길은 또한 중세 수행자들이 낡은 신발로 길을 닦으며 걸었던 길이다. 그 길을 따르는 저자의 행로는 흡사 자신을 찾아가는 길과 같다. 때로는 거센 폭우를 뚫으며 때로는 고요한 평화와 작은 행복도 마주친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아버지를 발견했고 사랑하는 딸을 찾아냈며 마침내 47일을 걸어 자신을 마주하게 됐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를 거쳐 피니스테레까지 가는 여정의 마무리에서 저자는 길을 끝낸 자의 회한이 아닌 '삶의 분투'와 '패배를 패배시키는 힘'을 이야기한다. 저자와 함께 이 길의 여정을 끝낸 독자들에게는 "삶의 매력은 끝까지 가보는 것이며 이기고 지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하면 모두가 이기는 것이고 누구와 경쟁하며 걷는 것이 아니라 혼자 가는 길"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올봄에 다녀온 여행이 올가을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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