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병영생활에 대한 일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폐쇄적인 군대문화와 병영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글이 평소보다 10배가량 늘어났다. 부모들의 면회신청도 급증했다. '혹시 내 아들이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건강한 젊은이라면 의무복무를 마쳐야 하는 국민개병제가 안보의 근간인 현실에서 이 정도까지 군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사실은 안보위기에 다름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자칫 안보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훈련과 경계근무를 줄이고 병사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한다는 방안이 혼란을 가중시킬 대표적 사안이다.
군이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할 때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각 가정에 돌아가기 마련이다. 정부와 군은 떠나가는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고 설득해야 할 책무가 있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투명성과 책임지는 자세가 동시에 요구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고질적으로 나오는 은폐와 축소 시도가 반복된다면 지휘관은 일시적으로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안보는 속으로 곪아 들어간다. 책임지지 않는 군 수뇌부와 기업이라면 망해도 떵떵거리고 사는 악덕 기업주가 무엇이 다른가. 사고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안보실장은 가혹행위 인지(認知) 의혹의 중심에 서 있거니와 최소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감한 결단만이 군 혁신의지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군에 대한 불신과 공포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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