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자

이안재 <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굿 비즈니스의 조건, 21세기 최후의 승부처.’ 이제 디자인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good design)’을 하는 것이다. IBM의 전임 회장이 “좋은 디자인은 좋은 비즈니스”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좋은 디자인은 기업의 성공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예컨대 애플이 지난 90년대 말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맥이나 아이팟과 같은 혁신적인 디자인의 제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일까. 흔히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좋은 디자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디자인의 미적 측면만을 강조한 단편적인 생각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좋은 경험' 소비자는 기능이나 스타일과 같은 단편적인 편익이 아니라 이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얻게 되는 ‘좋은 경험’에 투자한다. 예컨대 사람들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사는 것은 좋은 성능, 멋진 스타일, 매력적인 엔진음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경험할 수 있는 ‘할리데이비슨 문화’ 때문이다. 결국 좋은 디자인이란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어떤 조건들을 갖춰야 할까. 첫째, 사용자의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최근의 소비자들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소리나 냄새 등도 꼼꼼히 체크해 ‘육감만족’을 추구한다. 독일의 자동차 업체들은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 엔진 소리나 냄새까지 디자인에 반영함으로써 자동차의 감성적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둘째, 독창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독창적인 디자인은 다른 제품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하고 소유의 즐거움을 준다. 벽걸이식 CD 플레이어와 같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승부해 5,000여 품목을 보유한 글로벌 생활 브랜드로 성장한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은 독창적인 디자인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이다. 셋째, 사용하기 쉽고 안전해야 한다. 소비자는 신체특성ㆍ인지특성ㆍ사용환경 등을 세심하게 배려한 제품을 사용하면서 즐거움과 감동을 경험한다. 일례로 최근 일본의 가전기업인 마쓰시타는 세탁물을 넣고 빼기 쉽도록 한 경사형 드럼세탁기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넷째,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V자형 보닛, 굵은 선의 그릴, 견고한 측면라인 등을 전차종에 적용해 ‘안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볼보의 경우처럼 기업의 철학을 반영한 일관성 있는 디자인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디자인의 대상을 ‘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경험’으로 인식하고 ‘고객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한다. 즉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경험’을 정의한 후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디자인에 들어가야 한다. 이때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고객의 경험에 주목한다면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예컨대 세계적인 디자인회사인 IDEO는 아이들의 블록 놀이를 세심하게 관찰한 결과 남자아이들과 달리 여자아이들은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는 점을 발견하고 ‘여자아이용 조립식 장난감’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상품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제품을 구매해 폐기하기까지 고객이 경험하게 될 모든 요소, 즉 시각ㆍ청각ㆍ촉각 등 모든 감각요소와 더불어 컨트롤 구조와 같은 인지적 요소도 디자인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 의지·역할도 중요 또한 디자인이나 기능ㆍ품질 등 총체적 요소가 ‘경험’을 결정하기 때문에 상품기획이나 개발 등 관련부서가 초기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는 동시공학적 접근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더 이상 작게 만들 수 없으니 디자인을 수정해달라”는 엔지니어의 요구에 “안되면 구겨서라도 넣어라”고 지시했다는 레인콤 사장의 일화에서처럼 최고경영자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디자인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예컨대 관련부서나 경영진의 요구에 따라 디자인 컨셉트가 변질되지 않도록 ‘디자인 수호자’의 역할을 해줘야 하고 조직 전체에 디자인 마인드를 배양해 전체 구성원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전사적인 디자인 전략을 수립해 기업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