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장준현 부장판사)는 서초구 우면산 인근 아파트 주민 황모씨 가족이 정부와 서울시·서초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초구는 황씨 가족 3명에게 각각 200만원씩 총 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2011년 7월 서울 관악·서초·강남구 일대에 내린 집중호우로 우면산 내 13개 지구에서 약 150회의 산사태가 일어나 11가구의 주택이 파손되고 총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집에 있던 황씨 가족은 토사와 빗물에 떠밀려온 차량이 아파트 베란다를 훼손하고 빗물이 집안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 바닥과 가재도구가 침수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2010년에도 산사태가 발생해 사고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지자체는 대책마련에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 재산적·정신적 피해 총 1억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서초구가 당시 우면산 일대 주민들에게 산사태 경보를 발령하고 저지대에 있는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지시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서초구 소속 공무원은 우면산 사태 전날부터 서초구 관할 구역이 산사태 위험대상 지역이므로 각별히 주의하라는 취지의 통보와 공문을 받았다"며 "늦어도 당일 오전7시40분께는 방송 등을 통해 대피지시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고, 결국 원고들은 토사류가 밀어닥치는 상황을 직접 목격해야 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부와 서울시에 우면산 산사태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이 사고가 정부·지자체가 우면산에 자연생태공원을 설치하고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해 우면산의 지반을 약화시켜 산사태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인과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며 "기존 우면산 지역이 2011년 때와 같은 수준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린 적이 없어 정부와 서울시가 재난위험을 인지했으면서도 예방대책에 소홀히 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정신적 위자료 외 1억3,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라는 황씨 가족의 청구는 기각했다. 서초구가 산사태 주의보를 빠르게 발령했다고 하더라도 산사태를 막을 수는 없기에 재산상 손해와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다.
한편 우면산 산사태 피해자들이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달 기준으로 모두 9건이며 이번 사건은 그중 가장 먼저 판결이 선고된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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