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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돈이 가난하고 어려운 청소년들이 공부하는 데 쓰이게 돼 기뻐요. 다만 죽기 전에 일본이 사과하는 거 꼭 봤으면 좋겠어."
올해로 구순을 맞은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사진) 할머니. 그는 아름다운재단에 5,000만원씩 2차례에 걸쳐 1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최근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남아 있는 전 재산 1억원을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 인근에 있는 퇴촌 성당에 기부했다.
김 할머니는 "돈을 내가 쓰는 건 너무 아까운데 남 주는 건 하나도 안 아까워. 나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안 나오게 하려고 그렇게 살았어. 나는 힘들게 살았고 배우지도 못했지.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들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의 사과를 받기도 전에 자꾸 할매들이 저세상으로 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할머니는 꽃다운 열일곱 살이었던 지난 1942년 심부름인 줄 알고 집을 나섰다가 중국 훈춘(琿春)에 있는 위안소로 끌려가 광복이 될 때까지 고초를 겪었다.
할머니는 "세 딸 중 맏이로 태어나 13살에 고아가 되고부터 77년을 힘들게 살아왔다"며 "옷 장사, 라면 장사, 밥장사, 식모살이까지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억척같이 일했다"고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김 할머니는 비영리 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이 막 생겨 걸음마를 하던 2000년 궂은일을 하며 푼푼이 모은 5,000만원을 쾌척해 재단의 '1호 기금'을 만든 주인공이다. 김 할머니는 2006년 재단에 5,000만원을 추가로 내놓는 등 어려운 사람들을 도운 공로로 지난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김 할머니는 이제 수중에 단돈 40만원만 남아 있지만 "수십 명의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다"며 기뻐했다. 할머니의 생일이었던 4일 할머니가 지내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조촐한 생일 파티가 열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별세한 이효순(91) 할머니를 비롯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잇따라 숨져 현재 정부 등록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김 할머니를 포함해 52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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