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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6월 10일] 방송시장 개방 대비책 세우자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국내 뉴스통신 시장의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로이터 등 유럽계 메이저 통신사들의 이 같은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번 EU와의 FTA 협상으로 본격화하는 모양이다. 방송ㆍ통신ㆍ문화 산업 전반에 걸친 세계 열강들의 시장개방 압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재전송 채널의 더빙 요구도 끈질기다. 이미 지난 한ㆍ미 FTA 협상에서 해외 채널들의 더빙 요구가 불거지기도 했다. 회고해보면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감은 의외로 컸다. 미국과의 FTA 협상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리처드 파슨스 미국 타임워너 회장이 대통령을 만나 CNN의 한국어방송 더빙 허용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글로벌 미디어 제국의 국내 여론 독점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CNN 한국어 더빙 방송은 영어학습용으로 CNN을 많이 보고 있는 국내 여건상 시청자들의 우려가 오히려 줄 것이라는 일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당시 CNN에 대한 국내 여론은 좋지 못했다. 당시 케이블TV도 해외재전송 채널의 한국어 더빙 방송에 대해 반대했음은 물론이다. CNN이 언론사다 보니 여론독점화에 대한 반감이 여타 해외재송신 채널의 한국어 더빙방송 개방을 막아냈던 것이다. 이미 해외 유력 프로그램들이 국내 채널들에 의해 수입돼 한국어로 방영되는 상황에서 직접 재전송해 한국어 더빙 방송을 하는 것이 시청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설득논리는 묻혀버렸던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지적대로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차이는 없다. 그러나 방송사업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재전송 채널의 한국어 더빙을 허용하면 국내 방송사업자가 얻어낼 수 있는 수익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는 측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이 국내 콘텐츠 제작여건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자들의 반대는 당연하다. 문제는 한미 FTA 협상에서 우여곡절 끝에 한국어 더빙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도 이들의 요구는 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국내 유료방송시장 진출이 간접투자 100%로 허용돼 한미 양국 의회의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마당에 추가 개방요구는 아무래도 무리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채널들은 채널 편성에서 국내물 편성 쿼터 역시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하라고 우리 정부에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이다. 정부는 문화산업 및 방송통신시장 개방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청사진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논리가 제기된다. 안타깝게도 한미 FTA 협상 이후 정부가 약속한 유료방송시장 지원정책은 아직 뚜렷한 결실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결책은 더욱 절박하다. 산업 현장에서는 유료방송시장의 개방이 순수 경제논리에 의해서만 진행된 것에 대해 못내 아쉬워 하고 있다. 문화산업과 방송시장의 개방을 산업의 논리만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프랑스 같은 해외 문화산업 강국들이 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문화적 시각에서의 고찰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국내 문화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보다 효과적이고 유효한 정책 마련과 조치를 하루빨리 시행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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