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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EU, 美경제 못 따라잡나

'생산성·기술 답보' 갈수록 격차 커져



오는 2010년까지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유럽연합(EU)의 계획은 가능한 목표인가. 현재까진 별로 그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구촌 양대 경제 세력간 힘의 추는 갈수록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EU 경제 격차의 현실 그리고 향후를 진단해본다. USA vs USE(United States of Europe). 양자간 경제력 비교는 중국의 부상(浮上)으로 더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미국 일극(一極) 체제를 극복할 대안 세력으로서의 의미다. EU의 위상, 경제력은 그러나 당초 예상보다 못 미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경직된 노동 시장 및 기업 경쟁력 등에서 밀리는 게 큰 원인이다. 통합이 말끔히 마무리 되지 않을 경우 수년 후 자칫 중국에 조차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경제 따라잡기 실패인가=지난 2000년 3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EU 정상들이 모였다. 그리고 미국을 오는 2010년까지 경제적으로 따라잡기 위해 10개년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이른바 리스본 프로젝트다. 리스본 합의의 골자는 2010년까지 경제 성장률을 연간 3%대로 끌어올려 세계 최고의 경제력을 갖춘다는 것. 이를 위해 금융시장 통합을 비롯 경제 구조를 개혁하고 특히 2,150만개 일자리를 만들 것에 합의했다. 당시 안토니오 구테레스 포르투갈 총리는 개막 연설에서 유럽은 사회적 응집력에서 미국에 뒤져 있다고 전제한 뒤 각국간 경제 등의 정책 교류를 통해 미국의 독주를 막자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05년 초. 리스본 프로젝트의 중간 성적표는 초라하다. 당장 EU의 1인당 GDP는 미국의 70%선에 머물고 있고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0.5~1%로 미국(2%)보다 크게 뒤 떨어져 있다. 금융산업을 뺀 기업 측면에서도 미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에도 뒤져있다. 이 같은 상황을 담은 최근의 ‘윔콕 보고서’는 유럽인들을 맥 빠지게 했다. 윔 콕 네덜란드 전 총리의 태스크 포스 팀이 리스본 프로젝트의 중간 성과를 정리한 보고서는 목표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역내 국가들이 개별적 경제 계획을 포기해야 하며 수 많은 목표 지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촉구했다. 10년 내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의 수정이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노동 생산성, 기술력 저하 등이 문제=유럽이 미국 경제를 못 따라가는 이유는 뭘까. 정치 사회 문화적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초점은 경제적 측면, 무엇보다 미국보다 일 안 하는 사람이 많고 노동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또 그에 따라 낮은 노동생산성이 제일 큰 문제다. 지난 2003년 기준 실업률은 미국이 4.7%, EU 7.5%. 연간 노동시간은 미국이 1,895시간, EU가 1,730시간이다. EU의 노동생산성은 80~90년대를 거치며 증가세가 계속 둔화되고 있다. 현재 1인당 생산성은 미국의 80%, 시간당 생산성은 약 90% 수준이란 평가다. 노조 영향으로 특히 EU권 주요 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연 노동시간이 급격히 감소하고 미국과 대조적으로 정보기술(IT) 투자와 시장 경쟁 압력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 등이 결정적 이유다. 주주 이익을 중시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한 미국이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제를 혁신한 반면 유럽은 노동시장이 경직됐고 특히 과도한 사회복지비용으로 국가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기술력 저하, 특히 정보기술(IT) 부문 기업 경쟁력 약화도 큰 원인이다. 미국은 90년대 제조업과 서비스를 산업의 전영역을 정보화함으로써 80년대 생산성 위기와 경쟁력 하락을 극복했다. 물론 EU에도 노키아 에릭슨 등 유수한 IT 기업들이 있지만 ‘디지털화’가 경제 전 부문에 폭 넓게 확산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IT를 활용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부족하고 안정 추구 성향으로 기업가 정신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EU 역내 무역의 80%가 상품 거래에 집중돼 통신 등 서비스 부문의 교역이 미미한 것도 미국을 추월하기 힘든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경제 개혁에 초점을 맞춘 리스본 프로젝트에 배기가스 감축, 복지 확대 등 사회 환경 목표들이 추가돼 과도한 규제와 논란을 유발함으로써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넘어서려면 경쟁력 배양이 관건=미-EU간 경제적 격차를 노동 기술 혁신 등의 미시적 경쟁력의 차이 만으로 보는 것은 다소 미흡한 분석이다. 개별국 거시 경제 관리 실패, 국가간 통합 과정의 비효율성도 큰 요인이다. 국제경제 환경적 문제도 있다. 기축 통화국, 국제금융시장의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달러-월스트리트체제’가 갖는 미국의 우월적 지위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대외 조건에 대한 제약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 덜 받으며 경기 대응적 금융 통화 무역 정책을 손쉽게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50~1970년대까지 유럽이 앞섰던 상황은 뒤바뀌며 미국의 비교우위적 지위를 바탕으로 1990년대 들어 양자간 경제 격차를 더욱 넓혔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시스템 변화 예컨데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 위치의 급속한 추락, 대외 부채로 인한 미국 경제의 한계 등 세계 경제의 틀이 크게 바뀔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도 있다. 물론 유럽의 통합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EU-미국간 경제력 차이가 커지는 현실과 관련 EU 통합 과정의 각국 이기주의부터 털어내야 한다는 최근 로마노 프로디 EU집행위원장의 지적은 이 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EU의 미국 따라잡기가 완전히 물 건너 간 건 결코 아니다. 현재 통합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협화음으로 인한 비효율이 통합의 시너지로 바뀌는 순간 변화는 빠르게 올 수도 있다. 세계 최고의 교육 및 문화 수준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IT 산업 및 기업가 정신을 키워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면 2010년 이후라도 EU의 미국 추월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 가능성은 특히 핀란드, 스웨덴 등 북부 유럽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15년내 미국의 경제 규모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아직까진 EU가 미국의 유일한 맞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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