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30대 대기업집단 소속 8개 증권사가 발행한 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이 5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 의원(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0대 기업집단 소속 증권사 8곳 가운데 6곳이 2010년 이후 계열사 회사채, CP, 전단채 등을 52조 7,642억원어치 발행했다. 이중 21조 9,730억원을 개인·법인 등 고객에게 판매했다.
회사별로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증권이 19조8,305억원의 회사채 등을 발행해 13조6,282억원을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현대차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은 14조7,167억원을 발행해 3조91억원어치를 판매했다. SK계열사인 SK증권은 7조4,188억원을 발행해 2조1,480억원을 팔았다. 한화계열사인 한화투자증권은 4조3,150억원을 발행해 1조227억원을 판매했다.
동부그룹의 계열사인 동부증권은 회사채 등의 발행액은 3조5,933억원, 판매액은 1조6,025억원으로 다른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개인 고객 판매 비중이 높았다. 개인 물량은 전체 판매액의 46.8%인 7,492억원 가량으로 파악됐다. 동부증권이 발행한 그룹 계열사 회사채 중에는 투자부적격(BB+이하) 등급 바로 위에 있는 BBB-등급의 회사채도 있었다. 두산 계열 비엔지 증권과 현대 계열 현대증권은 계열사의 회사채·CP발행이 없었다.
CP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공시의무도 없어 기업들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동양그룹은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계열 증권사를 이용해 부실 CP를 판매해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불러왔다.
이학영 의원은 “그룹 총수가 CP발행을 위한 사금고로 계열 증권회사를 이용해왔던 동양그룹 사태처럼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여타 그룹에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며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의 시행뿐 아니라 향후 동양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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