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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세계사를 뒤바꾼 정치·섹스 스캔들

■ 역사를 비틀어버린 세기의 스캔들 (운노 히로시 지음, 북스넛 펴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뉴욕에서 성폭행 미수, 불법 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되면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프랑스의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스트로스-칸은 어처구니 없는 섹스 스캔들로 IMF 총재직에서 물러난 것은 물론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 큰 흠집을 입게 됐다. 일본의 유명 저술가인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사를 뒤바꾼 정치 스캔들과 섹스 스캔들, 그리고 금융 스캔들에 주목한다. 그는 "스캔들이란 마치 극장처럼 주인공, 사건, 관객이라는 3가지 요소를 갖춘 하나의 '희극'"이라며 "사회적으로 높이 오른 사람이 떨어질수록 더 큰 흥미를 일으키고 그 흥미로움이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간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스캔들 탐색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헤로도토스의 저서 '역사'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리디아 왕가의 이야기를 역사적으로 기록된 최초의 스캔들로 규정했다. 리디아의 칸다울레스 왕은 아내의 아름다운 나체를 혼자만 본다는 것이 아쉬워 총애하는 신하 기게스를 침실에 숨겨 왕비의 나체를 보게 했다. 이를 눈치챈 왕비는 기게스에게 왕을 죽이든지 스스로 죽든지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했고 기게스는 왕을 죽이고 왕비와 왕국을 손에 넣게 된다. 저자는 "스캔들은 세계의 평온한 잠을 교란시키고 낡은 질서를 없애고 혼란의 와중에서 새로운 것을 불러내려고 한다"며 "헤로도토스가 기게스의 스캔들로 '역사'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도덕성이 심하게 흔들리는 시대일수록 스캔들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며 그만큼 사회적 격변에 흔들렸다고 말한다. 로마 사회를 갉아먹었던 황제 칼리굴라와 네로의 광기, 잔 다르크에 대한 파리 대학 교수들의 음모와 사형 재판, 드레퓌스의 군사 기밀 유출 사건, 프랑스 혁명의 전조가 된 마리 앙투와네트의 목걸이 스캔들, 미국 재벌 록펠러의 정사 사건,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저자는 "스캔들의 역사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기록이며 스캔들에 대한 고찰을 통해 프라이버시의 보호 속에 놓여 있는 인간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내 어리석음이나 비속함을 가진 인간, 이상이나 우상이 아닌 살아 있는 인간으로 마주하는 일은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웅은 아무리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스캔들을 꿋꿋하게 견뎌내고 대중들이 스캔들 이후 그에게 더 깊은 관심을 갖는 것처럼 스캔들로 인해 역사가 뒤집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역사를 새로 개척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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