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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一日一識] <60> 오늘도 일하기 싫은 당신에게

직장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고만 싶거나. 출근도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리진 않았나요?

/사진출처=morguefile.com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지,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술자리에서 동료가 늘어놓은 푸념입니다. 하루에 짧게는 8시간, 많게는 12시간 이상을 보내는 회사가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 받는 존재라면 우리는 한 번뿐인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가장 귀중한 자산이 시간이라 할진대 살기만 하려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일에 이토록 소중한 시간을 쏟아 붓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출근하는 것조차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린 건 무엇 때문일까요?

사실 직장 내의 가장 큰 문제는 원활하지 못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됩니다. “학생 때만 해도 이렇게 인간관계가 힘든지 몰랐어요, 세상엔 이상한 사람들 밖에 없나 봐요, 아니 우리 회사엔 이상한 사람들뿐인가 봐요.” 대부분 직장인들이 불통 상사, 얄미운 동료, 말 안 듣는 후배까지 회사가 이상한 사람들로 넘쳐난다고들 말합니다. 야속하게도 혼자 할 수 있는 업무는 많지 않은지라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고역인 사람과 꼭 함께 일해야 합니다. 의견을 조율하고 결재를 받는 등 관계에 따라 관련 업무가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심리적 거부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한 동료는 “마치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시끄러운 길가에 방치되는 것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윗집 아이가 조금이라도 뛸라치면 득달같이 인터폰으로 뛰어가는 시대, 층간 소음 문제로 이웃 간 칼부림까지 심심찮게 뉴스로 만나는 세상이니 스트레스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하는 표현입니다. 매 순간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하루는 괴로움 그 자체입니다. 직장이 전쟁터라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겁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경쟁보다 자신의 감정에 더 민감합니다. 제 아무리 성과에 쫓기는 회사라 할지라도 옆 사람과의 불편한 언사나 갈등이 조금만 줄어들면 훨씬 다니기 편해질 겁니다. 비록 치열한 하루를 보낸다 하더라도 말이죠.

왜 우리는 조직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사회학자들은 그 이유가 대부분 관계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우리가 스스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네트워크 속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빚어진다고 합니다. 이를 가리켜서 학술 용어로 관계 과잉(Relational Overload)이라고 합니다. 일반인이 삶을 영위하면서 부담 없이 관리할 수 있는 관계의 수는 600명 안팎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제 아무리 이익을 위해 지인의 수를 늘려 간다 하더라도 정보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는 인간의 속성 상 임계점이 생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조직 안에 있다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야 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그동안 접해보지 않은 타인과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 가며 소통해야 합니다. 그리고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어귀에서 자신의 수첩을 정리하며 ‘이것도 다 자산’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힘든 일 따위 없다며 자신을 속이는 게,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는 게 이 고통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지친 직장생활, 가만 있어도 힘이 빠지는 조직 내 자아의 모습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국내 업계 1위인 어느 재보험사는 일부러 조직 구성원들 간의 사귐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기계처럼 살아가는 일상을 타파하고, 회사 밖의 친구나 가족들처럼 직장 동료들에게 정서적 의미부여를 하는 길만이 살 길이라고 본 것입니다. 금융 전문가들은 그 회사가 잘되는 비결은 다름 아닌 조직 운영 방식에 있다고 말합니다. 여름이 되면 직원들이 함께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함께 취미생활이나 중요한 일상생활의 한 구석을 나누면서 인간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비공식적인 활동이 늘어날수록 당연히 회사도 투자해야 할 일이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관계에서 지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이 늘어날 것을 믿기에 과감하게 직원들의 행복에 중요한 시간과 자원을 조직이 할애하는 것입니다. 어떤 직장이나 힘들겠지만, 적어도 감정적으로 사람들을 배려하고 자신감을 북돋워주기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시도라 하겠습니다.

관료제론의 저자 막스 베버는 우리 인류가 지구의 핵에서 마지막 석탄을 캐낼 때까지 쇠우리(Iron Cage), 즉 회사와 효율적 관리법이라는 주술(呪術)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다고 개탄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직장인입니다. 그렇지만 똑같은 일이라도 덜 힘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우리 사회가 모두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도 일하기 싫은 당신이 많아질수록 그토록 피하고 싶은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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