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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연해주 한인동포에 온정을

해외에 나가 살고 있는 우리동포들은 560여만명에 이른다. 세계 146개국에 퍼져 살다보니 세계 어느나라를 가더라도 한국사람 만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또한 타고난 성실과 근면함으로 대부분 정착에 성공하여 잘 살고 있다고 한다.그런데 유독 가장 먼저 이민길에 올랐던 러시아 한인동포들(고려인)만 어려운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유랑길을 전전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적, 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정착하지 못하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흔히 러시아를 우리와는 아주 먼 나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북한의 함경도에서 두만강만 건너면 바로 러시아의 연해주땅이다. 지리적으로 이렇게 가깝다보니 일찍부터 이주가 이루어졌고, 최근에도 북한주민들의 연해주로의 탈출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우리동포들은 조선말기인 지난 1860년대부터 연해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연이은 흉작과 민란을 피해 두만강을 건넜고, 1910년 한일합방과 1919년 3.1운동 이후에는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대거 국경을 넘어 한때는 연해주지역의 중심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 전체 인구중 한국인이 1/4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고려인들이 연해주의 버려진 농토를 개척하여 그런대로 살만했고, 항일독립운동도 활발했다. 대부분의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하여 독립운동의 산실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실제로 안중근의사가 단지동맹을 맺고 거사를 위해 하얼빈으로 떠난 곳이 연해주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임시정부인 「대한 국민의회」건물도 현지에 남아있다. 그러나 지난 1937년 연해주지역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하면서 시련의 유랑길이 시작됐다. 러시아정부는 20만명에 이르는 한일동포들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태워 중앙아시아로 이주시켰다. 아무런 준비없이 화물칸에 태워진 고려인들은 3개월동안 밤낮없이 달려 8,000KM를 이동하는 동안 상당수가 숨졌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막이나 다름없는 황무지에 짐짝처럼 내동댕이쳐졌던 것이다. 그동안 중앙아시아에서 갖은 고생을 다하며 기반을 닦아 살만해져 가는데, 이번에는 그곳에서 조차 쫓겨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구 소련의 붕괴이후 독립국가가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는 민족주의가 부활하여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쓰는 고려인들은 살기가 어려워졌다. 현지인들의 냉대와 테러공포가 위험수위를 넘어 도저히 견디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극심한 내전을 치르고 있는 타지키스탄이나 체첸 등에서는 고려인들이 대거 인근 러시아영토로 탈출해 오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피땀흘려 마련한 가산을 그래도 남겨둔 채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 당장 생계유지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중앙아시아의 많은 고려인들이 「원동(遠東)」이라고 부르는 연해주지역으로 돌아오고 있다. 63년전 강제이주당한 이후 줄곧 그리워하던 「먼 동쪽에 있는 고향땅」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연해주로 이주해 온다고 해도 살길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기거할 집과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추위와 배고픔만이 이들을 맞을 뿐이다. 그렇다고 러시아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모라토리움으로 경제기반이 붕괴된 러시아정부에서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지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고향을 찾아온 고려인들은 매서운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새로은 유랑생활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우선 당장의 먹거리와 잠자리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 주택건설사업협회에서는 연해주 고려인들을 돕기 위해 지난 98년부터 2년동안 구 소련군 막사 510동을 수리하여 제공했다. 또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토와 농기계·종자·비료등을 지원하고, 장학금과 한글교육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연해주로 귀환하는 고려인들을 위한 주택신축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연해주에 약 1,000세대 규모의 한인타운을 건설하여 제공할 경우 귀환하는 동포들의 원활한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해주 고려인중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유난히 많고, 고난을 겪다보니 조국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그러나 이들은 『조국이 둘씩이나 있지만 어디에서도 우리를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최근들어 몇몇 언론에서 이들의 생활상을 보도 하고는 있지만 아직 우리사회의 관심은 미미한게 사실이다. 이제 고국의 동포들이 연해주의 고려인들을 도와야한다. 매서운 시베리아의 추위를 고국동포들이 온정으로 녹여주어야만 60여년의 떠돌이 한을 풀고 안정된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민족의 애환을 안고 시베리아벌판을 떠돌고 있는 이들이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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