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격 방북… 김정일과 회동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김 위원장과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회동에서 북한과 미국 간 “공동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교환을 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보도했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은 이에 사의를 표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한 뒤 그와 진지한 담화를 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르면 5일 북한에 억류된 2명의 미국인 여기자와 함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 북핵 문제 해법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려 북미관계 회복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에 억류된 개성공단 유모씨 석방과 최근 나포된 ‘연안호’ 귀환을 비롯해 남북관계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 위원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회동 자리에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물론 대남 담당인 김양건 통전부장도 배석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해 이날 저녁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찬을 베풀었다고 방송들은 전했다. 현직 미국 국무장관의 남편이자 재임 시절 북미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적극 나섰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과 김 위원장과의 회동은 지난 1990년대 제1차 핵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전격 방북과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과의 회동과 비견되는 것으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당시 북ㆍ미 간 대결국면이 협상국면으로 전환된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본토에서 출발한 전세 직항편으로 이날 평양에 도착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영접을 받았다고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전했다. 1994년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후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두번째 방북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북미수교 추진 때 검토됐다가 무산된 뒤 9년 만에 성사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관련,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여기자들을 석방하기 위해 이뤄진 “오로지 개인적인 활동(solely private mission)”이라는 뜻을 밝혔다. 백악관은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북한의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경계했다. 우리 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관 관련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개성공단에 억류된 유씨의 향배와 남북 관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두 여기자가 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한에 4개월 넘게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씨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지난해 12월 북핵 6자회담 이후 지지부진한 북핵 협상은 물론 남북 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