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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서간 주도권다툼 경제 멍든다
입력1999-07-25 00:00:00
수정
1999.07.25 00:00:00
김영기 기자
주요 경제정책이 부처간 주도권 다툼에 휩쓸려 마구 흔들리고 있다.삼성자동차와 대우그룹 처리등 현안처리를 둘러싸고 재경부-금감위-청와대 경제수석실등 핵심부처 당국자간에 말이 엇갈려 혼선을 증폭시키고 있다.
긴밀한 협의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가도 감당키 어려운 핵심정책이 공연한 시비와 말꼬리잡기에 휘말려 중심을 잃고 표류하면서 대내외 신뢰 저하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바람에 삼성차처리를 둘러싼 갈등이나 대우그룹 정상화방안 발표이후 주가 대폭락등 최근 일련의 경제 난기류가 빚어진 배경에 부처간 헤게모니 다툼이 깔려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시비 거는 재경부= 지난달 30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삼성차 처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삼성생명의 상장을 긍정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상장허용 방침을 밝혔다. 바로 한시간뒤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은 『특혜소지를 없애지 않는 한 허용하지 않겠다』며 李위원장의 말을 정면으로 뒤집어 버렸다. 이후 삼성차 처리 방안은 생보사 상장 시비에다 지역정서까지 맞물려 정치권까지 개입하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삼성차 처리를 둘러싸고 혼란과 갈등이 증폭되자 지난 8일 관계장관들은 「금감위로의 창구단일화」에 합의했다. 일련의 혼선을 인정하고, 정책 집행의 중심을 되찾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우 처리와 관련해 이같은 다짐은 또다시 흔들려 버렸다. 康장관은 지난 20일 『金회장이 내놓은 주식은 담보가 아니라 사실상의 출연』이라고 못박았다. 金회장의 주식을 채권단이 처분해 대우의 정상화 자금으로 쓸 것이라는 말도 꺼냈다. 대우 정상화계획 발표 직후 『金회장의 사재는 「출연」이 아니라 「담보」』(徐槿宇 제3심의관) 라던 금감위 입장과 맞서는 발언이다.
주가폭락 사태가 빚어진 지난 23일 재경부 당국자는 금융시장 동요의 원인에 대해 『금감위가 신규지원 몫으로 투신사에 2조5,000억원을 떠넘긴 것부터 잘못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금감원 관계자는 『재경부가 현 상황을 마치 남의 나라 일로 생각하는 것같다』며 혀를 찼다.
◇오락가락하는 금감위= 삼성차 처리를 둘러싸고 혼란이 가중될 당시 금감원 실무진들은 李위원장의 말이 자주 바뀐다고 걱정했다. 李위원장은 지난달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을 『장기적인 기업경영 관점에서 좋지않은 선례』라고 말했다. 그가 「표현대리 」란 용어를 들며 경영실패에 따른 오너의 책임을 강조했던 것과 대비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李위원장은 24일 전경련 하계 세미나에 참석, 김우중 회장이 내놓은 주식을 『구조조정을 촉진키 위해 내놓은 것인 만큼 출연적 성격을 지닌 담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金회장이 내놓은 담보는 출연이 아니라던 종전 금감위의 입장을 일거에 뒤집는 발언이었다.
지난 23일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李위원장이 뒤늦게 「출자전환」을 꺼낸 것도 대우처리를 둘러싸고 오판이 있었음을 자인하는 자세였다는 지적이다. 대우그룹은 李위원장 발언이 전해지자 진위파악에 나서느라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
◇중심 못 잡는 경제수석= 지난 5월 경제부처 개각 이후 가장 발언이 많아진 사람이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라는 평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정책의 조율이나 화합보다 혼선만 부추기는 결과를 빚었다는 지적이다. 李수석은 제일·서울은행의 협상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달,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두 은행중 한 곳의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 말은 마치 정부가 협상을 서두르는 모습으로 비춰져 지금까지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李수석은 최근 『일본 닛산이 삼성차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을 꺼냈다. 매각협상은 최종 매듭을 지을 때까지는 철저히 비밀로 유지하는게 상식적인 일. 결국 이 발언은 닛산의 부인으로 일단 실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고위당국자 발언의 국제적 신뢰상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을 측근에서 모시는 경제수석은 부처간 이견이나 혼선을 조율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李수석의 발언은 소관부처의 업무추진을 방해하거나 되레 혼선을 증폭시키는 사례가 적지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당면 사태를 해결하려면 정책의 중심이 서야 하며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추후 가리면 되는 일』이라며 보다 일관성있는 정책 추진을 당부했다. 학계의 한 원로교수는 『당국자들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건 여러 의견을 통일된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십』이라고 지적했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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