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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경복궁 근정전을 관람하던 A씨는 깜짝 놀랐다. 우연히 함께한 중국 단체관광객의 중국인 인솔 가이드가 하는 설명이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대로 중국의 속국으로 우리가 보고 있는 경복궁도 베이징의 자금성을 베낀 것입니다. 조그만 나라라서 건물들도 작습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A씨는 동료에게 이 얘기를 한 후 다시 놀랐다. 동료는 "모방한 게 맞지 않느냐"며 "나도 자금성에 가봤는데 대단하더라. 성(城) 아니냐. 우리 궁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경복궁이 자금성을 모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조선왕조가 경복궁을 창건한 것은 왕조 창업 직후인 1395년. 중국의 명왕조가 자금성을 완공한 1420년보다 한 세대는 앞섰다. 경복궁은 자금성의 아버지뻘이다. 경복궁은 당시 조선의 국시였던 유학(성리학)을 완전하게 구현한 궁궐로 도교ㆍ유교ㆍ불교가 혼합된 자금성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국 문화 자기비하 심해=많은 외국인들은 한국 문화를 중국과 일본의 아류 정도로 생각한다. 문제는 한국인들도 스스로를 비하한다는 것이다. 식민사관이 뿌리깊게 남아 있고 스스로의 역사와 문화를 알지 못하며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의 영향으로 현재 관광상품은 화장품이나 의류 등 쇼핑에 치중돼 있다. 구매하는 외국인이나 판매하는 한국인도 일본의 뒤를 잇는 중진국 정도로 우리나라를 인식한다. 문화나 오락 등 고급소비 형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가 패키지 상품이 범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스스로가 관광자원에 대한 선택의 폭을 좁힌 결과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인류사에 공헌한 우리 역사와 문화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정치이자 문화이기도 한 유학은 중국이 아닌 조선에서 최고로 발달했고 또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서울의 역사도 600년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다. 아파트 숲에 파묻혀 있는 한성백제의 수도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이 제대로 발굴될 경우 2,000년을 거슬러 중국 시안(장안)을 넘어 로마에 견줄 수도 있다. 홍기정 모두투어 사장은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문화유산이나 유명 관광지는 오랜 역사의 소산이거나 문학과 예술과 관련된 곳이 대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 60년 만에 경제기적을 이뤄낸 오뚝이'라는 이미지는 전세계인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의 K팝 열풍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알릴 다양하고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 고품격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한국 관광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만의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 개발하자=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133개국 중 25위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5.2%로 전세계 평균(9.1%)에 한참 못 미치고 관광 부문의 고용도 한국이 5.6%으로 세계 평균(8.7%)보다 낮다고 세계여행관광협회(WTTC)는 전했다.
관광은 대표적인 인적 서비스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매출액이 10억원 늘 때 생기는 일자리 수는 정보기술(IT)이 15명, 일반제조업이 9.8명인 데 비해 관광산업은 20명이다.
한국 관광산업은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고 성장할 경우 세계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업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관광 대상을 지방으로 넓히면 지역 균형발전 수단도 된다. 전시컨벤션(MICE) 등 전후방 연계효과도 크다.
업계에서는 관광산업이야말로 창조적 역량과 벤처정신이 필요한 분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이미지를 형성할 상품을 개발하고 가치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서비스업 중에서도 여행업이 아이디어 베끼기가 가장 만연한 곳"이라며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 관련 부처 간 칸막이 없애라=정부는 7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관광진흥확대회의를 열어 '관광불편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및 전략 관광산업 육성방안'을 내놓았다. 관광업계에서는 이 내용들이 제대로만 추진된다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시스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확대회의에서 통과된 중점 개선사항은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 대상 복수비자 발급 대상과 유효기간 확대 ▲외래객이 호텔에 지불한 숙박요금에 포함된 부가가치세 사후환급 ▲관광경찰제도 도입 ▲부동산투자이민제 적용지역 콘도에 투자하는 외국인에 한해 객실당 1인 분양 허용 ▲복합리조트개발 지원체계 마련 ▲관광통역안내사 양성 ▲국적 크루즈 외국인 카지노 도입 등 크루즈 산업 활성화 ▲의료관광 클러스터 조성 등이다.
일단 제도를 만들어놓았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오익근 한국관광학회장(계명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12개 관련부처의 협업이 절대적인 과제"라며 "부처 사이의 칸막이를 걷어내며 대표적인 협업 모델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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