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예술가의 시선은 강렬하지만 조금 우울해 보이고 그러면서도 감출 수 없는 자긍심이 엿보인다. 차분하고 온화한 표정을 하고 있으며 윤곽선이 두드러지는 두툼한 입술은 희미한 미소마저 띤다. 모델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와 동시대를 살았던 러시아 출신 유태계 화가 샤임 수틴(1893~1943). 인물 왼편에는 그의 이름 수틴(Soutine)이 선명하게 보인다. 모딜리아니는 자신과 특히 가까운 인물을 그릴 때면 초상화 주인공의 이름을 캔버스에 써뒀다고 한다.
지난 1917년 그려진 이 작품은 모딜리아니가 이미 최고의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며 형태상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보다 부드러운 자연스러움을 획득했음을 증명한다. 머리와 목·상체가 순수하고 간결한 형태로 표현된 가운데 수틴의 얼굴에서 중요한 특징들이 몇 가지 요소로 응축돼 표현됐다. 그림은 높은 밀도감을 보여주면서도 섬세하고 우아하다. 얼굴 윤곽선은 보다 디테일하게 그려졌고 의상은 더 대략적으로 표현됐다. 따뜻한 테라코타 색의 피부와 어두운 배경, 재킷 컬러가 지닌 백색의 강렬한 대비에서 힘과 세련미까지 느껴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