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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유럽합중국의 탄생

올해는 유럽연합(EU) 창설 5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50년 동안 EU 회원국은 최초 6개국으로 출발해 지금은 27개국으로 늘었다. 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이탈리아ㆍ스페인ㆍ포르투갈ㆍ폴란드ㆍ헝가리ㆍ루마니아 등 내로라하는 유럽국가는 모두 회원국이다. EU는 그간 경제 통합의 성공에 이어 지난 2000년대 들어서는 정치 통합을 준비해왔다. 마침내 EU 27개국 정상들은 지난달 23일 EU 헌법의 기초인 ‘개정조약’ 초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핵심은 오는 2009년 EU 대통령 선출이다. 현재 회원국이 6개월씩 맡는 순회의장 대신에 2009년부터는 임기 2년6개월의 EU 대통령을 뽑아 사실상 ‘하나의 나라’로 정치적 통합을 꾀하게 된다. 또한 임기 5년의 외교정책대표직을 신설함으로써 외교 업무를 단일화해 국제 무대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더불어 외교정책의 일관성을 강화하게 된다. 국기와 국가에 대해서도 현행 12개의 별이 원을 그리고 있는 EU기(旗)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국가의 기본 틀을 마련하게 됐다. 이쯤이면 미 합중국에 이어 유럽에도 또 하나의 거대한 합중국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유럽 합중국은 앞으로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필자는 지난달 EU 회원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그때 공교롭게도 4박6일의 일정으로 EU 의회를 다녀올 기회를 가졌다. 한ㆍEU 의원외교협의회 정례회의에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EU 의회본부는 유럽 통합의 구심점으로서 최근 권한을 강화하고 있는 곳이다. 주요 현안은 교역ㆍ투자, 자유무역협정(FTA), 북한 핵 문제, 경제ㆍ과학기술 협력 증대 등이었으며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와 EU 헌법조약 등 양측의 정치 관심사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주지하다시피 EU는 두번째 규모의 교역 상대다. 외국인 투자 유치 규모도 404억5,000만달러(2006년 누계)에 달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미할지라도 이처럼 하나로 합치면 EU는 우리에게 주요 상대이며 미국ㆍ중국ㆍ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경협 파트너인 셈이다. 한국의 경제발전으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ㆍEU의 정치적 협력관계도 증대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회의에서 유럽이 ‘늙은 대륙’의 구태를 벗고 미국과 비견할 만큼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지대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정치적 통합 이후 EU는 미국과 함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더욱 든든한 우방이 될 것으로 믿는다. 초읽기에 들어간 유럽 합중국 탄생은 미국 일변도의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므로 눈여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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