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 처음 그 용기

이용택 금융부장

대통령이 한 말 중에 마음에 드는 말이 있다. ‘우공이산’이다. 지난해 6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거창한 약속이나 구호보다 한걸음 한걸음 목표를 달성해가는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국정운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한 신문에는 이런 글도 기고했다. “노무현과 대한민국에 투자하십시오. 노무현도, 대한민국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5년을 쉼 없이 가겠습니다.” 그리고 1년 반. 대통령은 그렇게 가고 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공허하기만 하다. 피폐한 경제에 깊어지는 절망감 누구나 조직의 장(長)이 되거나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 용기와 의지가 남다르다. 가장이 될 때도 그렇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도 그렇다. 승진할 때마다 조직의 화합을 생각하고 성과에 대한 의욕이 충천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조직개편도 고민한다. 지금까지 그런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대기업은 현금을 재놓고 은행은 정부가 아무리 죄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린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중소기업이 벼랑에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구조 속에서 경제가 살아난다면 그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정부측에서는 한사코 부정하고 싶겠지만 지금은 위기다. 경제는 피폐해지고 민심은 험악해졌다. 이제는 대통령을 따르는 사람들의 말에는 머리를 돌린다. 모든 게 반대로 갔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경기부양 요구가 거세어지자 “긴 겨울이 다 지나가는데 난로를 구입하는 것이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제부총리는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기가 한 해 중 2월 초 정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입춘경기론’을 피력했다. 그런 입춘은 어느덧 지나가고 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난로 1~2개로 해결될 수 있다면 오히려 천만다행이다. 경제관료마다 “내년에는 성장률이 떨어져도 소비는 조금씩 살아나 체감경기가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지만 상당수 기업인과 서민들은 “절망적이다”고 한탄한다. ‘바닥’을 얘기할 때 ‘지하실’을 우려하는 형국이다. 그게 지금 현실이다. 경제는 목표, 개혁은 실천 수단이어야 대통령이 이번에 해외 방문길에서 한 말은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기업인들에게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섬유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정부로서는 딜레마이기는 하지만 안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죽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정말로 듣고 싶은 말 중 하나였다. 러시아 방문 때에는 “외국에 나가보니 기업이 바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인도 방문에서는 “내가 국가의 대표인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대한민국을 실질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우리 상품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기업인들에게는 산뜻한 충격이었다. “대통령이 자주 해외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이를 반증한다. 왜 그리 반가웠을까. 처음 장(長)을 맡으면 용기와 의지 못지않게 어떤 시련도 두렵지 않게 마련이다. 이를 압도할 정도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탁월한 성과도 생각한다. 한 부서에서는 그게 실적이고 국가에서는 경제다. 조직개편과 개혁은 이를 위한 실천 수단이다. 기업실적이 나빠지고 경제가 추락하면 조직개편이 제 아무리 잘되고 개혁이 이뤄져도 책임자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이제 다 간 한해를 생각하면 앞으로 3년이 남았다. 절반 넘게 남았지만 절반 밖에 없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내년은 더 어렵다. 지금 필요한 건 “거창한 약속이나 구호 없이 한걸음 한걸음 쉼 없이 가겠다”는 처음 그 다짐이고 용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