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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손톱밑 가시 빼기' 성공하려면…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손톱 밑 가시'라는 말이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 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처음 주재한 자리에서 직접 언급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손톱 밑 가시란 무엇인가. 대체로 '3불'로 요약된다는 것이 인수위 측의 설명이다. ▦대기업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책정 등 거래의 불공정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로 인한 시장 불균형 ▦은행 대출금리 차별 등 제도의 불합리 등이 그것이다.

'손톱 밑 가시'라는 말을 들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제기했던 '전봇대'얘기가 자연스레 떠오르게 되는데 둘은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

우선 닮은 것은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제기한 이슈라는 점이다. 또한 당선인의 이슈에 각계가 뜨겁게 반응하면서 수많은 일들이 손톱 밑 가시의 이름으로 또는 전봇대의 이름으로 제거 대상으로 치부되는 것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반면 박 당선인의 손톱 밑 가시는 대ㆍ중소기업 관계에서 약자로서 불공정하게 피해 받는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관치적 규제로부터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했던 이 대통령의 전봇대 뽑기와는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것 자체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했던 이 대통령과 확연히 구분된다.

'전봇대 뽑기' 실패 반면교사로

무엇보다 박 당선인이 정한 방향성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의롭다 할 수 있다. 실제로 손톱 밑 가시 빼기는 국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 우리나라 전체기업의 99%와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건강하게 발전하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노파심이겠지만 화두의 정치, 캐치프레이즈의 정치는 뜻하지 않게 도그마에 빠지는 누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손톱 밑 가시 빼기가 성공하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지적하고자 한다. 실제로 5년 전 '전봇대'화두는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관치의 전횡을 더욱 조장한 꼴이 돼버리고 말았다. 당시 권력자들이 전봇대라고 부르면 그게 무엇이든 전봇대가 됐고 무원칙한 관치 개입의 공간은 그만큼 넓어졌다.

5년 전 '전봇대'화두가 실패한 이유는 개별주체의 존엄성과 상대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실패가 반복되지 말았으면 하는 차원에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쿠르테스의 침대'이야기를 꺼내본다. 프로쿠르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초대해 집에 놓인 쇠 침대에 눕혀보고 몸이 길면 자르고 모자라면 잡아 늘리는 식으로 사람을 괴롭혔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모든 인간은 모름지기 자신이 정한 침대의 크기 만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멋대로 정한 원칙을 불특정 다수에게 적용하려던 프로쿠르테스의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인간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와 시각이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은 저마다 나름의 손톱 밑 가시를 지니고 살아간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빼주려 힘쓰고 있지만 제2, 제3 하청업체나 근로자들의 입장에선 해당 중소기업이 손톱 밑 가시일지도 모른다. 또한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사회적 냉대를 받고 있는 대기업들에도 말 못할 손톱 밑 가시가 있을 것이다.

근로자ㆍ대기업 '가시'도 살펴야

박 당선인이 제기한 '손톱 밑 가시'라는 화두는 국민 대다수가 반기고 있는 만큼 꼭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저마다 지닌 손톱 밑 가시의 고충을 속 시원히 호소하고 치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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