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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경영 20년] "가전 담당자에 왜 컴퓨터 맡기나"

이건희 해외현장 돌며 신경영 이행 점검·질책<br>"정부·기업·국민 힘 합쳐야 나라 산다"<br>정치권 상대로 삼위일체론 역설도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을 주장하면서 삼위일체론을 종종 거론했다.

국가경제가 튼튼하기 위해서는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정부가 함께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핵심내용. 정부가 정책결정을 통해 기업을 보살피고 국민이 이해와 격려로 기업을 밀어주면 기업도 비로소 시장에서 이윤을 거둬 이를 다시 국민과 사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회장이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벌어진 해외 기업 간의 고속전철 수주전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고속전철 발주와 함께 프랑스의 TGV, 독일의 ICE, 일본의 신칸센이 3강 체제를 유지하면서 공사를 하겠다고 나선 때였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이 수주전에서 각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와 원수ㆍ언론까지 나서서 한국의 고속전철 사업 수주전에 동원된 것이다. 한국의 경우 오로지 기업 홀로 해외 시장을 뚫고 이윤을 챙겨야 하는 것에 익숙했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은 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의 일자리까지 같이 울고 같이 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회장은 이에 따라 1993년 6월7일 프랑크푸르트선언 이후 1년이 채 안 된 1994년 3월 정치권을 향한 강연에도 직접 나섰다. 대표적인 것은 3월8일 열린 전국 도지사ㆍ시장ㆍ군수를 대상으로 개최한 특별강연.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조차 국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마당에 경쟁력이 부실한 한국 기업이 홀로 선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가 보여주는 것처럼 정부와 기업ㆍ국민이 함께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인이 정치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것은 지금도 흔하지 않은 일이다. 이 회장은 그 만큼 신경영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애착이 강했던 것이다.



이 회장은 신경영 선포 이후 해외 현장을 둘러보며 간부급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프로필까지 일일이 확인하면서 삼성이 실제로 변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컴퓨터 관련 판매 업무를 담당했던 이명우 한양대 교수는 이 회장과의 일화를 기억하고 있다. 이 교수는 "유럽에서 가전을 판매하다 삼성이 컴퓨터 사업을 확장하면서 컴퓨터 판매 담당으로 부서 이동이 있은 후 이 회장이 갑자기 유럽 현장을 찾았다"면서 "당시 제가 가전 출신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왜 가전 전문가에게 컴퓨터 판매를 맡기느냐고 지사장을 질책했다"고 회고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본인이 임원과 사장을 대상으로 신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현장에서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신경영을 이끌어왔다"면서 "이 회장의 열정과 임직원의 동참이 있었기에 신경영이 삼성 내부에 착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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