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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갈길 먼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


"기획 단계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지원을 받을 수 있냐 문의를 해봤지만 잘 안됐어요. 일본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하는데 이걸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죠."

일본 동화 '고녀석 맛있겠다'를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신현호 미디어캐슬 대표와 서윤석 스피드엠 대표는 정부 지원 하나 받지못한 채 25억원에 이르는 제작 비용을 자신들의 힘으로 조달해야 했던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물론 많이 아쉬웠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영화 '올드보이'도 원작은 일본 만화인데, 이를 두고 한국 영화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죠. 게다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문화사업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서가 아닌 보편적 정서를 갖추는 게 아닐까요" 이들의 반론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한번쯤 해본다고 한다. 극장 매출보다 IPTV나 DVD 등 2차 판권 시장에서 오는 수익이 영화와 비교해 높은 편인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극장에 든 관객 수만을 계산해 흥행 여부를 평가받는다거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 기업이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이 없고 튼실한 재무재표를 갖추지 못해 지원 자격을 박탈당하는 일들.



반면 콘텐츠 하나 없이 캐릭터 상품화에만 매달리는 기업을 지원한다거나, 마치 영화처럼 예술성·사회성을 갖춘 작품에만 정책 자금을 제공하는 등의 헛발질도 업계가 보기에는 맥빠지는 일이다. 이런 일들이 과거 뿐 아니라 현재도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에서 관련 산업의 발전은 가능한 일일까.

지난 5월 정부는 5년간 3,800억여원을 투자해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는 '좋은 것 같긴 한데 어떻게 적용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금껏 애니메이션 산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정책이 업계에 고마운 일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업계와 장르 전반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정말 좋은 애니메이션이 어떤 것인지, '우리'의 애니메이션은 무엇을 말하는 지 등에 대한 합의점도 얼른 찾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국 문화 콘텐츠의 힘을 믿는 장기적 안목을 갖출 것을 바란다. 투자금 대비 수익률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한국인을 너머 세계인에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이 사업의 진정한 목표가 되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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