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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울시의회, 주민참여예산제 존중해야


올해 첫 도입된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가 막판 시의회의 힘에 눌려 예산이 대폭 삭감돼 반쪽짜리가 될 위기에 놓였다.

시는 내년 예산 가운데 500억원을 떼어내 주민이 원하는 사업을 스스로 결정하게 했다. 올해 첫 시도된 주민참여예산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시의회 모두 예산 결정권 일부를 시민에게 넘겨줬다고 떠들썩하게 홍보했다.

지난 6월 주민참여예산 위원으로 뽑힌 시민 250명은 주민제안사업 402개 중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132개 사업을 골랐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시의회 상임위원회는 이 중 54건의 예산을 부적절하다며 전액 또는 일부를 깎았다. 200억원어치, 전체의 40%다.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찾기 위해 무더위를 잊고 땀을 흘린 주민참여위원들, 사업이 선정되도록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자치구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주민위원들은 시민의 요구를 시의회가 외면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는 시의회가 참여예산제의 취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고 시의회는 시가 불필요한 사업을 미리 거르지 못했다며 탓하기 바빴다.

애초에 시의회를 통과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면 그동안 주민위원들이 사업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까지 하며 골라낼 동안 시의회는 왜 가만히 있었던 것일까. 132개 사업들은 이미 시ㆍ구의 적정성 검토까지 마친 상태였다.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안을 만들고 의결한 주체는 시의회다. 이번 예산 삭감은 시의회 스스로 만든 제도를 부정하는 셈이다. 시의회가 예산 결정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전시성ㆍ낭비성 사업을 해온 데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났다. 시ㆍ시의회가 권력을 시민에게 나눠주는 생색내기용 수단이 아니라 그동안 제대로 못한 데 대한 견제 성격이 더 강하다.

11일 시의회가 본회의를 연다. 아직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 하루의 시간이 남아 있다. 시의회가 주민참여예산제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시민의 뜻에 맞는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2010년 개봉한 영화 '하녀' 포스터 문구가 생각난다. "줬다 뺐는 건 나쁜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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