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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술품 기증에 세제혜택을

"박수근 미술관에 박수근 유화가 몇 점이나 있습니까? 이중섭 미술관은 또 어떻고요?"

국내 미술관의 척박한 현실을 한탄하는 정준모 한국미술산업발전협의회 실무위원장의 말이다.

박수근과 이중섭은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지만 그들의 이름을 딴 미술관은 예산 부족 때문에 정작 번듯한 작품 한 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실정은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소장품 확보를 위한 연간 예산이 30억원 안팎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예산으로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해외거장 작품 구입은 엄두도 낼 수 없다. 45억원짜리 박수근의 작품이나 35억원이 넘는 이중섭의 작품 구입은 상상도 못 할 예산이다.

미술관의 소장품은 해당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데 정작 미술관은 기대만큼 작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해결책은 없을까.

정준모 위원장이 속한 한국미술산업발전협의회는 세제감면 혜택을 통해 문화재와 미술품 기증을 독려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에 협의회는 지난 11일 세제 개편을 제안하는 공개 세미나를 열었다.



골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예술품을 기증하면 이를 법정 기부액으로 인정해 기부자에게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혜택을 주자는 것. 단 기존의 개인 20%, 법인 5%의 기부한도를 폐지해 약 35% 정도의 소득세 감면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자는 얘기다. 가령 법인소득이 100억원인 기업이라면 65억원어치의 미술품을 기부할 경우 차액인 35억원의 법인세를 감해주자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기증 미술품의 평가액만큼 세금을 공제해주고 있으며 영국은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수도 있다. 이 덕분에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전체 수입의 71%, 보스턴미술관은 78%, 휘트니미술관은 99%를 기증과 후원을 통해 확보했다.

세금감면이 세수 손실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10배에 달하는 6만6,000여점의 소장품을 가진 영국의 테이트모던은 기증받은 작품의 가격변동(2005~2011년)을 조사해본 결과 6년간 6배나 자산총액이 상승했음을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미술품이 갖는 잠재적 자산가치를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공공미술관을 위한 작품기증은 대중의 문화향유로도 이어져 다른 의미의 문화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물론 세제 개편을 위해 선행될 과제가 있다. 미술품이나 문화재에 대한 객관적인 가격산정을 위한 기준 및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 미술품 양도세만 주장할 게 아니라 기부에 대한 세제혜택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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