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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퇴출기업 대상분류 마무리
입력2000-10-09 00:00:00
수정
2000.10.09 00:00:00
은행권, 퇴출기업 대상분류 마무리
금감원 가이드라인-자체기준 적용여부 갈등
은행권이 금감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등을 토대로 퇴출심사 대상기업 분류를 마무리함에 따라 해당 기업들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퇴출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에따라 과연 은행들이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어떤 세부기준을 적용해 퇴출판정을 내릴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은행들도 이같은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의식,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각 은행들은 우선 이번주 중 부실판정을 위한 세부기준을 확정하고 신용위험평가위원회를 구성, 이달 말까지 회생이 가능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곳들을 가려내 자금지원 또는 퇴출작업에 본격 나서게 된다.
◇퇴출심사 대상 선정 막판까지 진통=은행권은 금감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및 일정에 쫓겨 지난주 말까지 관련부서 직원들을 총동원해 철야작업을 벌이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형 은행들은 금감원의 가이드라인만을 충족시키는 선에서 심사대상 기업을 분류한 반면 다른 일부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부실징후 기업들을 대거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대형 은행들 중 상당수가 심사대상을 100개 안팎으로 분류한 것도 일단 금감원의 기준만을 충족시키는 선에서 분류를 마쳤기 때문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여신 10억원 이상 등 자체적으로 별도 기준을 적용할 경우 대상업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심사작업 자체가 물리적으로 어렵게 된다』며 『현재로서는 금감원의 기준을 쫓아가기에도 바쁜 실정』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도 『여신거래 10억원 이상 또는 자체 관리하고 있는 부실징후 기업들을 모두 포함시키면 대부분의 은행들이 수백개에 달한다』며 『어차피 금감원이 이를 토대로 채권은행별로 중복된 업체들을 가려내고 어느 은행이 심사를 주도할 것인지 여부를 조정해주는 등의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기업 판정 이제부터가 진짜=은행들이 지금까지 분류한 심사리스트는 방대한 거래기업의 퇴출 여부를 가리기 위해 축소시킨 「목록」에 지나지 않는다. 은행들이 전담팀 구성 등을 통해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신용평가위원회를 본격 가동해 「칼질」에 들어가야만 해당 기업들의 생사가 가려지게 된다.
조흥은행의 경우 회계사·변호사 등 외부인사 5명과 내부인사 5명 등 총 10명으로 신용평가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고 주택은행도 평가위원회에 외부인사를 3~4명 정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다른 대부분의 은행들도 외부인사를 3~5명 정도씩 평가위원회에 참여시키기로 하고 인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주 말부터 퇴출기업을 가리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수차례 기업퇴출 작업을 거치면서 자료도 많이 확보된 상태이고 관련직원들의 노하우도 일정수준에 올라 있어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여부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부기준 적용 놓고 혼선 「졸속」 우려=은행들은 그러나 부실기업 판정을 위한 세부기준으로 기업의 현금흐름 등 유동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등의 기본원칙만 정해놓았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심사대상 기업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계량항목은 대동소이하지만 재무제표 외에 평가가 애매한 비계량 항목에 대해서는 저마다 시각이 달라 기준적용에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채권은행들간 이해가 저마다 엇갈리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단 정부가 제시한 기준이 너무나 애매하고 일정도 빡빡해 숨돌릴 틈조차 없다』며 『퇴출심사 대상 분류작업에서처럼 은행간에 조율할 시간도 없이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일을 처리할 경우 또다른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입력시간 2000/10/0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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