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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과기술을 통해 어떻게 우리 경제에 힘이 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19일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임지순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인생 진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이색적인 수상 소감을 밝혔다. 최고과학기술인상은 '국가과학자상'과 함께 정부가 과학기술인들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상으로 지난해에는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임 교수는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란이 터지기 전에는 (돈이 안되는) 기초과학에만 푹 빠져 있었는데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에 대한 과학기술인의 공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변화의 노력이 다행히 결실을 맺어 큰 상을 수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물리학계의 권위자인 임 교수는 고체의 총에너지를 양자역학적 방법으로 정확히 계산해내는 공식을 세계 최초로 발표한 이후 산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노구조상 전기전도도 계산법 등 '계산고체물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해왔다. 또 최근에는 중요한 미래 에너지로 꼽히는 수소를 고체에 흡착,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는 등 실용성 있는 신기술들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임 교수는 "아직 최고라는 말을 받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며 "우수한 인력들과 함께 더욱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 가장 아쉬운 건 예전과 달리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할 뿐만 아니라 이공계에 오더라도 '자격증'이 있는 의학 계통에만 몰리고 있다"며 "국내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확보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 한편 이번 대통령상 수상자에는 임 교수를 포함, 최진호 이화여대 화학과 석좌교수, 권욱현 서울대 전기ㆍ컴퓨터공학부 교수, 서진석 연세대 의대 교수 등 총 4명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20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최되는 제40회 과학의 날 행사 기념식에서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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