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좀 웃으면서 치래요. 집중할 때 표정이 너무 무섭다고. 근데 전 여전사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어요." 201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빛낼 신인으로 단연 첫손에 꼽히는 백규정(18·CJ오쇼핑·사진). 최근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에서 만난 백규정은 173㎝의 당당한 체구에 걸맞게 데뷔 첫해 키워드를 '여전사'로 꼽았다. "뭐랄까…. 약간 좀 카리스마 있는 선수로 보이면 좋겠어요."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취향과 헐렁한 옷, 거리낌 없는 말투에서 제법 카리스마가 묻어나오는 백규정은 골프 스타일도 타협을 모르는 여전사에 가깝다. 드라이버 거리가 280야드까지 나오고 1·2라운드에서는 조용하다가 마지막 날 무섭게 몰아치는 스타일도 그렇다. '지옥의 레이스'로 통하는 KLPGA 투어 시드전에서 1위로 2014시즌 시드를 확보한 성적만 봐도 여전사 별명이 아깝지 않다.
시드전은 1부 투어 상금랭킹 51위부터 70위까지 20명과 시드전 예선을 통과한 2·3부 투어 선수 124명이 다음 시즌 1부 투어 출전권을 놓고 나흘간 겨루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백규정은 올해 2부 투어에서 불과 20만여원 차이로 상금 4위에 그쳐 1~3위에게 주어지는 시드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전남 무안에서 열린 시드전에서 8언더파로 1부 투어의 두꺼운 문을 가볍게 뚫었다. 1부 투어 '언니'들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며 손사래를 치는 시드전에서 백규정은 "별로 떨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2부 투어 마지막 대회가 더 떨렸어요. 만만하게 봤던 2부 투어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한 거죠."
그는 "2부 투어는 이틀짜리 대회라 하루 못 치면 바로 컷 탈락"이라며 "그런 대회를 경험하고 이번에 1부 투어 대회를 뛰어보니 타수를 만회할 여유가 있어 편안한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백규정은 1부 투어 시드 확보 뒤 2014시즌 데뷔전인 대만 스윙잉스커츠(이달 6~8일)에서 3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다.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우승, 유소연과 박인비는 2·3위를 했고 청야니(대만)가 백규정에 1타 뒤진 공동 6위였다.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백규정은 "시드전 직후이기도 했고 배우는 자세로 구경 갔다 오자는 마음이었는데 이글도 잡고 기대 이상으로 성적이 잘 나왔다"며 웃었다. 실제로 백규정은 데뷔전에 대한 부담보다는 지난해 친해진 리디아와 오랜만에 만나 대만 관광을 하고 방에서 수다도 떨고 연습 그린에서는 퍼트 내기를 하면서 첫 대회를 치렀다.
백규정은 '슈퍼루키'로 올 한 해를 강타한 김효주와 동갑내기 라이벌이다. 둘은 지난해 10월 터키 아마추어세계선수권에서 김민선(18·CJ오쇼핑)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들 국가대표 트리오 가운데 김효주가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한 해 먼저 1부 무대를 밟았다. 백규정은 "프로에 먼저 간 (김)효주와 주변에서 비교를 많이 하는데 처음에는 속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동기부여가 된다"며 "친한 친구이면서도 경쟁자라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신인왕. 하지만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재밌게 쳐야죠. 학교(연세대)도 재밌게 다니고…. 그 전에 전지훈련(호주) 가서 (박)인비 언니의 침착함과 (유)소연 언니의 자기관리를 배워올 거예요."
/양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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